[이성필의 언중유향]亞 축구 시장 판돈 커지는데…'우물 안 개구리' 걱정에 한숨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정치외교학, 경제학에는 '외부 효과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학문 특성상 적용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요지는 비슷하다. 제3자의 정치, 경제 활동이나 제도 변화 등이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는 이해 관계가 있는 집단이나 국가, 기업도 변화의 길을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특히 세계와 연결 고리가 가장 끈끈한 축구는 외부 효과에 협, 단체나 팀들이 제도 도입에 마줘 빠르게 변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 축구연맹(AFC),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축구평의회(IFAB) 등에서 논의, 결정된 정책이나 규칙들이 적용되는 시간은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축구계를 뒤흔든 사건은 AFC의 클럽대항전 대대적 개편이다. 2023-24 시즌부터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추춘제를 도입해 세계 축구의 주요 일정에 합류했다. 추춘제는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J리그도 추춘제 전환에 근접했다.
판 키우는 FIFA 클럽 월드컵→ACLE-ACL2-ACGL 규모의 확대→한국 축구는?
2024-25 시즌 도입을 선언하며 현재 운영하는 ACL을 최상위 엘리트 팀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하부 대회 성격의 ACL2, AFC 챌린지리그(ACGL)로 나눈 구상도 공개했다. 외국인 출전 제한도 폐지해 온전한 투자에 따른 실력으로만 겨루도록 정리했다.
보기에는 UEFA의 챔피언스리그(UCL)와 유로파리그(UEL), 컨퍼런스리그(UECL)처럼 수준별 대회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ACLE는 동, 서아시아 최상위 24개 팀이 나선다. 우승 상금이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준우승 상금이 600만 달러(약 80억 원)다. 2023-24 시즌 ACL 우승 상금이 400만 달러(약 53억 원)니 파격적인 상금 정책이다.
상업적이지 못하고 시도민구단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K리그는 수익 구조를 생각하면 준우승을 해도 구단 1년 운영비 절반을 번다는 점에서 욕심을 내기에 충분하다. 올해 K리그1 우승 상금 5억 원, 준우승 상금 2억 원에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 우승이 3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매력적이다.
ACLE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각각 3장의 출전권을 얻었고 한국, 카타르, 이란, 중국이 2+1(직행+PO)이다. 아랍에미리트, 태국이 각각 1+1, 우즈베키스탄, 호주, 이라크, 말레이시아는 각각 1장이다. 12개 팀씩 2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러 상위 8개팀이 16강 진출을 놓고 홈 앤드 원정으로 8강 진출팀을 가린다. 8강부터는 동, 서아시아 팀이 특정 장소에 모여 결승까지 풀리그를 치른다.
우승팀에는 2025년부터 32개 팀으로 확대 개편되는 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주어질 확률이 높다. 몸집을 불리는 클럽월드컵의 총상금 규모는 1억 5,000만 유로(추정치, 약 2,100억 원) 수준이다. 본선만 가도 최소 50억 원 이상은 건지는 남는 장사다.
ACL2는 현재의 ACL처럼 32개국이 참가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이다. 북한은 PO 진출권을 확보했다. 자국 리그 우승팀이 PO에 나선다. 북한 최강으로 불리는 4-25축구단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 4-25는 AFC컵 단골 결승 진출팀이었다. ACL2 본선에 오르면 상당한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K리그 팀과 만나면 남북 더비 형성도 가능하다.
아시아 축구 개도국인 인도, 이라크 등의 팀들이 나서고 있는 현재의 AFC컵은 20개 팀이 경쟁하는 ACGL로 개편된다. 아시아 축구가 유럽이나 남미처럼 아직 수준이 균등하지 못하지만, 단계별 대회 승격 등 나름대로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ACGL에도 북한에 출전권이 주어질 전망이다.
권위 무너진 FA컵, ACLE 직행권 주는 것이 맞나 의문…논의는 어떻게?
시즌 후반부로 향하고 있는 K리그는 당장 ACLE 출전권 배분을 놓고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 ACL까지는 지난해 K리그1 우승팀 울산 현대와 2위 전북 현대, 3위 포항 스틸러스가 직행했고 4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한 뒤 하이퐁FC(베트남)를 꺾고 창단 첫 본선에 올랐다. 지난해 전북이 FA컵 우승을 차지해 4위까지 ACL의 맛을 볼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 ACLE, ACL2 개편은 진출권 자격 정리의 필요성을 높인다. 다수 구단은 경쟁력을 높이려면 1, 2위가 ACLE에 직행하고 FA컵 우승팀은 플레이오프 티켓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FA컵 우승이 ACLE에 직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몇 경기만 치르고 우승하는 것과 장기 레이스에 똑같이 직행 티켓을 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B구단 고위 관계자도 "AFC의 개편 의도는 실력별 리그를 만들어서 경쟁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리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니 1, 2위가 직행권을 갖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3위가 나서는 ACL2도 수준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FA컵에 직행권을 주기는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FA보다는 리그에 기울어져 있다. 만약 2관왕을 하는 팀이 나온다면 리그 4위가 ACL2로 갈 수 있으니 현행 스플릿 시스템에서 파이널A(1~6위)에 진입을 위한 경쟁은 더 불타오르게 된다.
프로축구연맹은 일단 축구협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축구협회도 FA컵 권위를 세우고 싶어 하니 직행 티켓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누구와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이유가 있다. 축구협회 조직 개편에서 ACL 관련 문제를 담당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최근의 축구협회 인사 난맥상과 맥을 같이 한다. 대회운영본부, 기술본부가 FA컵이나 팀 육성 등에 관여한다면 본부장이 나서 프로연맹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일리 있어 보인다.
물론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축구 발전을 논하는 기술발전위원회나 대회위원회에서 기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안에는 프로연맹이나 구단 구성원도 있어 더 그렇다. 그래도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프로연맹 인사처럼 실제 축구협회에서 나서 정리할 인사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렵다.
최근 축구협회는 FA컵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트렸다.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구단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일정 변경에 결승전 단판 승부 축소로 코미디를 찍었다. 구단들이 FA컵에 ACLE 직행이 아닌 PO 진출권을 주자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나라 밖에서는 축구 시장 규모의 확대를 외치며 큰 판을 짜고 있다. 사우디는 막대한 오일 머니로 유럽 빅리그의 스타들을 수혈하며 온갖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ACL PO를 통과했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이채로움 그 자체다. 말레이시아 국왕이 직접 관리하는 조호르 다룰 탁짐은 화려한 선수단을 앞세워 지난해 울산을 울렸다. 홍명보 감독이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아시아 축구 수준이 상향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이다.
AFC에 후원 기업 한 곳 없는 한국이 실력으로 외화를 벌어 오려면 변화에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응없이 기존의 체계를 고수한다면 어려움은 더 가중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는 유명 개그맨의 격언(?)처럼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축구협회가 프로연맹과 머리를 맞대고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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