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尹의 모험… `反포퓰리즘 예산`으로 총선 치른다

최상현 2023. 8.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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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동안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 폭과 1000조원 이상의 누적된 국가채무로 우리 재정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올해와 내년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 내년 예산 증가율을 2023년 5.1%보다 대폭 축소한 2.8%로 억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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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매표예산 배격' 선언
내년 예산안 초긴축 657조 내놔
"획기적 정책… 모범으로 자리잡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2024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표퓰리즘 예산'(매표 예산) 배격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각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매표 예산) 대신 우리 정부는 경제 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꿔 민간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포퓰리즘과 현금 살포성 정책을 재정건전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지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윤 대통령이 갖고 있던 재정건전성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표퓰리즘 예산 배격 선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내년 22대 총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있어서다. 내년 총선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선거다. 지금의 국회는 여소야대일 뿐 아니라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의 의석을 갖고 있어 윤석열 정부에 매우 불리한 형국이다.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비롯해 불공정 채용을 방지하는 채용절차법, 교권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지위법,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우주 항공 산업을 육성하는 우주항공청법 등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입법과제가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소 원내 1당을 차지해야 원활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를 치를 때마다 포퓰리즘 공약과 정책을 쏟아냈고, 특히 국정운영권을 쥐고 있는 여당과 정부는 '예산'을 가장 큰 무기로 활용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14조3000억원을 배정해 180석 의석 확보의 도구로 활용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탈락시킨 서산공항 관련사업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해 총선 겨냥 행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을 총선에 이용해야 한다는 내부 일각의 목소리에도 '매표 선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날 올해 본예산보다 2.8% 증가한 총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증가폭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9%)에 크게 못 미치는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고, 총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총지출에서 법정의무 지출, 경직성 경비와 필수 지출을 제외한 정부의 재량 지출 약 120조 원의 20%에 가까운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기획재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약자복지에 중점적으로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42조9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7.5% 늘어난다.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162만원에서 183만4000원으로 21만3000원 증액하고, 노인 일자리를 88만개에서 103만개로 늘린다. SOC 예산도 올해 대비 4.6% 증액한 26조1000억원으로 편성했고, 외교·통일(19.5%), 국방(4.5%), 공공질서·안전(6.1%) 등 분야에서 예산을 늘렸다.

반면 R&D 예산은 31조1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6.6% 줄었다. 일부 R&D 사업에 대해 사업 분야를 조정한 것도 있지만, 순수하게 삭감한 예산만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 예산은 96조 3000억원에서 89조 7000억원으로 6.9% 줄어든다. 내년 세입 예산이 감소함에 따라, 국세 수입에 연동하는 지방재정교부금이 줄어드는 탓이다.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나라빚은 더 큰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0조원에 육박하고, 국가채무는 120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동안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 폭과 1000조원 이상의 누적된 국가채무로 우리 재정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올해와 내년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 내년 예산 증가율을 2023년 5.1%보다 대폭 축소한 2.8%로 억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내년 재정적자는 역설적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기업 실적이 부진해 법인세에서만 27조원이 감소하며 국세수입이 총 33조 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9%로 올해(2.6%)보다 심화된다. 이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에서 규정한 -3%를 초과하는 수치다. 국가채무는 올해 1134조원에서 내년 1196조원으로 늘어나며, 나라빚 1200조 시대를 목전에 둘 전망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가 선거 때마다 되풀이했던 매표 예산을 배격한다는 것은 실행된다면 정말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민주주의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선거마다 표를 얻으려는 예산 지출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한국 정부의 모범으로 자리잡아 집권여당이 선거를 빌미로 표를 사는 행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경·임재섭·최상현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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