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협의 실무그룹 신설 합의…양국 관계 전망엔 엇갈린 평가
"양보만 하고 받은 것 없다"vs"美 패권 위해 中 억제"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과 중국이 28일 첨단기술 수출 통제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무역 문제를 논의할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 성과인데, 향후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러몬도 장관은 이날 베이징 상무부 청사에서 카운터파트인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만나 △상업 이슈(commercial issues) 실무그룹 설립 △수출통제 시행 정보교환 등에 대해 합의했다.
러몬도 장관은 왕 부장과의 회담 후 "우리가 구체적인 대화에 동의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대화하겠다는 막연한 약속을 넘어 공식 채널을 갖게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러몬도 장관은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한 중국의 조처에 대한 미국 재계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반도체 등 3개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등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채택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 차세대 반도체 원료 갈륨 등에 대한 수출통제 등 맞대응했다.
양국의 이번 실무그룹 구성 합의가 향후 양국 관계의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날을 세우던 양국이 상호 이익을 위해 무역 분야에서라도 합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류샹 연구원은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에 "향후 중-미 대화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안정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하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관리를 지낸 중국세계화연구소(CCG) 선임 연구원인 허웨이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더 많은 논의를 갖기로 한 양국의 합의는 실용주의에 대한 상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측이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을 공유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하트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내가 참석한 모든 회의에서 중국은 처음 5분간 '모든 것은 미국 잘못'이라고 말했다"며 "이제는 확실히 톤이 다운됐다. 정부 관리들은 미중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와 대중 투자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웨이종유 푸단대 미국학센터 교수는 "대면, 심층적인 의사소통이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면서도 "하지만 왕 부장과 러몬도 장관의 만남이 중국에서의 고급 기술에 대한 투자 제한과 같은 문제들과 관련해 중대한 돌파구를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차이나데일리에 말했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은 양국 간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쉬부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은 "미국 고위급 관리들은 중국과의 분리 정책(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을 단념한 반면, 미국은 위험을 제거하는 정책(디리스킹)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독점력을 계속 휘두른다"며 "이를 위해 무역·투자 제한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지낸 맷 터핀은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 상당한 양보를 했지만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그 근거로 중국이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러시아와 여전히 동맹을 추구한다는 점, 중국이 러몬도 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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