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지하공간
우리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지하 수백~수천 미터 깊이의 암석층에 저장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기술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지하공간 역시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에서 이산화탄소는 지하 어떤 공간에 저장되는 것일까? 지구의 지각은 여러 종류의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암석 내부엔 공극이라는 작은 공간이 존재한다. 공극은 물이나 원유, 천연가스로 차 있을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의 핵심은 공극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암석층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많은 양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암석층의 공극이 커야 하고,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공극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저장층으로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상부로 이동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치밀한 지층이 저장층 위에 있어야 한다. 고갈 유가스전은 원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던 공간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에 유리하지만, 특정 지역에만 분포하고 있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염수층에 주입·저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을 활용하여 2030년까지 연간 12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또한, 서해의 염수층을 대상으로 저장 가능한 암석층을 확보하기 위해 정밀 탐사를 수행하는 등 국내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탐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하 구조가 확인되었다면, 저장 가능한 용량을 평가하게 된다. 암석층의 공극 크기, 분포, 압력 등을 고려하여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 계산한다. 이 용량은 탐사 정밀도, 시추 결과 등 어느 정도 수준의 검증이 수행되었는지, 주입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양한 등급으로 나뉜다. 이러한 용량 평가는 지하 저장층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시추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보는 우물시험(well testing)을 수행해야 한다. 이 시험은 저장층의 압력,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분산 상태, 지하 암석의 반응 등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다. 우물시험을 통해 암석층에 이산화탄소가 지속해 안전하게 저장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문제 발생 시 조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나 트럭으로 운송하여 저장층으로 주입되는데, 최근 국내에서는 선박을 통해 해외 저장층에 주입하는 국경통과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에서 LNG(Liquefied Natural Gas)를 도입해 국내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선박으로 운송한 후 호주에 저장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도 이와 같은 국경통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아시아 최초의 CCS(Carbon Capture Storage·이산화탄소 저장기술) 허브 프로젝트로, 여러 기업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국내 허브에 모아 선박을 이용해 말레이시아에 저장할 계획이다. 이런 국경통과 사업은 해외 저장층에 이산화탄소 주입을 통해 국내 저장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국가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포집부터 운송, 저장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주기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를 지하공간에 저장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과학적인 연구와 평가, 고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이뤄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국내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은 개발 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특정 기술들의 수준은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선도 국가들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 이산화탄소 주입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물시험과 주입 압력 제어 등 안전성 및 효율성과 관련된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입이 여럿이면 금도 녹인다'는 속담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 연구기관과 기업이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연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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