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결 위해 ‘신생아 특공’ 생긴다… 출산 가구에 7만가구 공급[2024예산안]
정부가 아이를 낳은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신생아 특별 공급’ 제도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연간 7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중 금리보다 1~3%포인트 저렴한 구입자금·전세자금 특례대출 상품도 마련했다.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만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산 자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책 취지다.
‘신생아 특공’에 ‘특례 대출’도 지원
국토교통부는 29일 이같은 내용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제시된 ‘주거 정책’ 분야 후속대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국토부는 “출산 가구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출산가구 주택공급’ ‘출산가구 금융지원’ ‘청약제도 개선’ 등 3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국토부는 우선 출산가구를 위해 연간 7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은 공공분양 3만가구, 민간분양 1만가구, 공공임대 3만가구 순이다. ‘신생아 특별·우선 공급’은 입주자모집 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 임신·출산을 하고, 일정한 소득·자산 요건(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160% 등)을 갖추면 신청이 가능하다.
출산 가구를 위한 대출 지원도 마련됐다. 구입자금대출은 1.6~3.3%로 5년, 전세자금대출은 1.1~3.0%로 4년까지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출산 시에는 신생아 1명당 0.2%포인트의 추가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 요건은 1억3000만원 이하로, 기존 구입자금대출(미혼 6000만원·신혼 7000만원)과 전세자금대출(미혼 5000만원·신혼 6000만원) 보다 2배 이상 높였다.
미혼가구일때보다 결혼 후 청약이나 주택 대출에서 오히려 불리해지는 이른바 ‘결혼 패널티’ 문제도 개선했다. 공공분양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맞벌이 가구의 소득 기준은 미혼가구의 1.4배에서 2배로 상향했고, 같은 날짜에 발표되는 청약은 부부가 ‘개별신청’할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부부끼리 합산할 수 있게 하고, 배우자의 결혼 전 주택소유·청약당첨 이력은 신청 불가 사유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공공임대·공공분양 뿐 아니라 민간분양에서도 2자녀부터 다자녀 특공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저출생 대책, 실효성 거두려면…
그동안의 저출생 주거 정책은 신혼부부에 혜택을 부여해 간접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의 주거지원을 받은 신혼부부는 연평균 13만5000쌍으로, 전체(21만5000쌍)의 63%에 달했다. 신혼부부 3쌍 중 2명은 주거지원을 받은 셈인데, 그럼에도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과 신생아수(24.9만명)는 모두 ‘역대 최저’였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출산 자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맞벌이 가구의 소득기준이 대폭 완화된 만큼, 주택 대출·청약에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혼인 신고를 미루는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체 공공분양·임대 물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라, 출산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이 “파격적으로”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내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공공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1만4000호, 공공임대 물량은 8000호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부는 공공분양·공공임대 각각 3만가구를 ‘신생아 특공’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선 결국 기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신생아 우선공급’을 위한 민간분양 물량(1만가구)도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의 20%를 선배정해 확보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에 지원하는 가구의 상당수는 유자녀 가구로, 출산 가구와 상당 부분 수요층이 겹친다”며 “신생아 특공 신설과 다자녀 특공 확대로 이들의 선택권이 더 넓어지면 기존 특공 물량이 조정되더라도 결국은 수요 분산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주거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근석 한국주거복지연구원장은 “출산가구 7만가구 공급계획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집만 주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며 “국공립어린이집·아동돌봄센터같은 기반시설과의 접근성을 갖추고 직장과의 거리도 멀지 않는 주택이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오정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도 “신혼희망타운도 아이가 있는 가구에게 가점을 주고 있긴 하지만, 전용면적이 너무 좁다보니 아이를 기를 엄두를 못낸다는 현장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며 “물량 위주 접근보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면적을 고려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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