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프, 잘 치려 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18홀 라운드 시 모든 샷에서 굿샷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는 톱 순위에 있는 프로골퍼들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버가 잘 되는 날에는 아이언이 안 되고, 아이언이 잘 되는 날에는 드라이버가 안 된다. 아이언이 잘 되는 날에는 그린 주변의 어프로치 샷이 안되기도 하고, 어프로치 샷이 잘 돼도 퍼트가 안되 스코어를 잃기도 한다. 이뿐인가? 지난 라운드에서 베스트 스코어를 냈지만, 오늘 라운드에서는 최악의 스코어를 내기도 한다.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드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골프는 어렵고도 재밌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수많은 골퍼는 매 샷마다 잘 치려 한다. 굿샷은 곧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숏 게임에서의 굿샷은 스코어와 직결되기 때문에 모든 골퍼가 선망하고 있다. 드라이버 샷의 장타에도 목숨을 거는 강박적 로망이 있다. 드라이버란 단어만 나오면 비거리에 대한 자랑과 방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페어웨이에 안착만 하면, 거리가 다소 짧거나 어느 정도의 실수가 있어도 스코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말이다. 물론, 완벽한 샷과 좋은 스코어로 동반자 중 가장 좋은 실력을 뽐내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골프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비즈니스 효과까지를 얻을 수 있는 스포츠는 드물다. 그러나 골프를 잘 치려는 지나친 욕심과 경쟁심으로 매너를 준수하지 못하면 동반자 간에 실망하고, 관계가 소원해지는 부정적 효과를 나타낸다. 실제로 스코어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나 내기골프로 인해 동반자를 비롯하여 다른 골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보이는 골퍼들이 자주 목격된다. 미스샷이 났거나 스코어가 좋지 않다고 해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고, 클럽을 신경질적으로 던지거나 부수기도 하며, 욕설을 내뱄기도 한다. 심지어 동반자와 크게 다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세 명의 친구가 세 명의 적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이 골프다"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으로 잘 설명된다. 이 같은 비신사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과도한 연습으로 팔꿈치, 어깨, 허리 등에 부상을 초래하기도 하고, 낮은 스코어를 장비 탓으로 돌려 값비싼 클럽을 자주 구매하는 등 건강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심신의 건강과 활발한 사회적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한 골프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심한 경우 화병을 얻기도 한다. 모두가 골프를 즐기지 않고, 잘 치려고 하는 지나친 욕심에 의한 것이다.
스코어는 연습과 실력에 의해 결정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즐거운 라운드는 매너로 결정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국내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타수는 남성이 93.8타이고, 여성이 100타이며, 평균 96.9타로 알려져 있다. 5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순수 아마추어 골퍼는 보기 플레이를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목표하는 골프 실력은 싱글 핸디캐퍼다. 그러나 싱글 핸디캐퍼 실력을 갖춘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골프는 좋은 스코어를 내거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잘 관리된 환경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매너를 준수한 가운데 동반자 간 대화를 하면서 즐겁게 즐기면서 운동하는 신사적인 스포츠이다. 골프심리학자 밥 로텔라는 "골프를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은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골프에서 완벽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든 상황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겨야 한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들은 완벽한 샷으로 잘 치려고 하지 말고, 매너를 준수한 가운데 골프 자체가 지닌 매력을 즐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굿샷이나 좋은 스코어를 내면 더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하상원 한국골프대학교 골프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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