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6월의 경로···‘유턴’ 롯데와 ‘직진’ KT의 선택이 도착지를 갈랐다

안승호 기자 2023. 8. 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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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의 롯데 래리 서튼 전 감독.



프로야구 롯데는 지난 6월27일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코칭스태프를 개편했다. 1군 배영수 투수코치를 2군 총괄로 이동시키고, 이종운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불러올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선두권에서 중위권으로 내려앉는 흐름이었다. 이쯤이면 코치 한두 명 보직을 바꾸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의 이날 코치진 개편은 시사하는 의미가 달랐다.

롯데로서는 2023시즌을 준비해온 ‘노선’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오프시즌 FA(자유계약선수) 3인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나섰지만, 변화의 화두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배영수 투수코치 영입과 함께 2022년 말부터 투수 파트 훈련량을 대폭 늘렸다. 이는 ‘자율훈련’ 경향이 강했던 구단 전체 훈련 패턴에도 스며드는 배경이 됐다.

어느 팀도 그렇다. 큰 변화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롯데처럼 ‘리더십’ 교체가 잦았던 팀이라면 변화에 대한 ‘저항 의식’이 잠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저항’을 이겨내는 것은 성적이었고, 롯데는 지난 6월 초만 해도 3강 구도를 형성하며 준비했던 동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롯데의 기조가 깨진 것은 그로부터 고작 3주 남짓 뒤였다. 롯데는 지난 6월3일까지만 하더라도 29승18패로 승패 마진이 ‘+11’에 이르렀으나 6월26일 33승33패로 승패 마진이 사라지자 코칭스태프 개편을 발표했다.

그날, 롯데의 선택을 바로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구단 안팎에서 나온 양 갈래의 얘기가 어지럽게 각 구장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의 ‘방향 전환’은 결국 ‘도로 롯데’로 유턴하는 결과를 냈다. 롯데는 코칭스태프 개편 이후 승률 0.405(17승25패)를 기록하며 오히려 뒷걸음질 친 가운데 지난 28일에는 래리 서튼 감독마저 건강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롯데의 분위기 쇄신은 팀 전체를 위한 분위기 쇄신은 되지 못했다.

롯데의 시즌 역사로는 굉장히 익숙한 패턴이 흘러가고 있다. 화려한 봄날에 이은 힘겨운 여름 그리고 늦여름 ‘반짝’ 하며 ‘다음 해를 기약하다’가 다시 화려한 봄날을 맞는 행보는 롯데의 한 시즌 줄거리로 습관화돼 있다. 그 사이 잦은 리더십 교체가 곁들여졌다.

지난 6월, 코칭스태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팀 전체의 변화를 주도한 배영수 투수코치에 관한 인사가 부각됐다. 코치 인사에 관한 얘기들이 내부로부터 전해졌다. 한편으로 배 코치가 코치 직분으로는 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현장 분위기가 구단 윗선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오해가 생겼다는 얘기도 나왔다. 구단 밖에서는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팀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총평도 나왔다.

배 코치는 롯데의 ‘변화’를 화두로 두산으로부터 이적한 지도자였다. 코치 엔트리 하나 채우려고 온 인물은 아니었다. 보통의 투수코치 이상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 있었다. 특히 ‘서열 문화’가 여전한 생태계에서는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연유든, 롯데는 새 시즌을 위해 과감히 선택한 방향성을 몇몇 목소리에 따라 3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집어넣었다. 이후 2개월이 또 지나지 않아 감독이 사퇴하는 사태로, 앞선 코치 개편 명분도 확보하지 못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새로운 경로를 선택해 준비한 시즌이라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한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천동지’할 일이 아니라면 새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의 평가 시점은 시즌 마지막이어야 하고, 이를 지켜주는 구단 내부의 구심점이 있어야하지만 롯데는 또 어느새 갈지자 길로 접어들어 있다.

승리 인사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이강철 KT 감독. 연합뉴스



정규시즌 2위로 선두 LG 추격에 나선 KT는 지난 6월초만 하더라도 리그 최하위였다. 6월3일 기점으로 롯데와 꼴찌 KT의 간격은 12게임차였다. 그즈음 코칭스태프 개편 사유라면 KT가 훨씬 많았지만, KT는 프런트부터 현장을 믿고 기다렸다. 이강철 KT 감독 또한 뚝심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 방향성을 지켰다. 지금, 롯데와 KT의 간격은 기다림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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