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력 강조하는 북 김정은, 전술핵 해군 배치 임박했나
한미일 군사협력 대응 행보…북중러 연합훈련 염두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응해 해군력 증강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해군도 핵 억제력의 일부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전술핵의 해군 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해군절을 앞두고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한 축하 연설에서 최근 캠프 데이비스 한미일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한미일) 3자 사이의 각종 합동 군사 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대 세력들의 대결 책동으로 한반도 수역이 '전쟁 장비 집결 수역',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변했다면서 "현 정세는 우리 해군이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다하여 상시적으로 임전 태세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추진되는 북한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의 주요한 이유가 한미일 군사협력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해군에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하고, 새로운 실동(실기동) 훈련과 전략전술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에도 김 위원장이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며 해군력을 과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해군 관하 공장 현지지도를 마지막으로 해군 관련 공개 활동을 갖지 않다가 최근 해군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12년에 집권한 이후 해군절 기념행사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언급은 북한으로서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위기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현저히 열세인 해군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해군은 해군사령부 예하 동·서해 2개 함대사령부와 13개 전대, 2개의 해상저격여단으로 편성되어 있다.
유도탄정과 어뢰정, 소형경비정, 화력지원정 등 470여 척의 대규모 수상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오래된 소형 고속함정 위주이고 동·서해 함대가 나뉘어 있어 작전 능력이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김 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우리) 해군은 최신의 무장 장비와 전투기술 기재는 갖추지 못했어도"라며 이를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향후 해군에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되는 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장비·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1형'와 '화살-2형', 핵어뢰 '해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 해군 전력에 대응한 장비들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핵무력건설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원거리에서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동해함대를 방문했을 때 함대지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는데 당시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전술핵탄두인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화살-2(최대사거리 2천㎞ 추정)와 외형이 같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활동은) 최근 한미일 대북 태세 강화에 대응한 '북한식 반접근' 메시지"라며 "'해일', 전략순항미사일, SLBM 등 전술핵의 해군 배치 임박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도 이번 시찰이 "향후 3국 군사협력의 핵심축이 항모 전개 등 해군을 기반으로 할 것임을 상정하면서 이에 맞대응하는 해군의 현대화 및 전투 능력 제고를 위한 현지지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전도의 평양 인근 수역을 가리키며 '서해'를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해는 그간 두 차례 연평해전이 발생하는 등 남북 충돌 위험성이 상존해온 지역으로, 한국 해군은 지난 해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여왔다.
나아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한 중국, 러시아와 합동훈련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만간 해상에서의 '한미일 대 북중러' 형태의 군사 훈련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5∼27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포탄 및 미사일 판매와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북한에 제안했고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홍 위원은 "최근 중러의 연합훈련 및 다국적 훈련 강화 흐름 등이 있다"면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여 전격적으로 북러가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해군 현장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시찰 관련 보도에서 나름의 지휘자동화체계(C4I)를 갖추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보도에서) 실시간 전술상황도 및 CCTV 영상이 시연되는 2대의 디스플레이 앞에서 보고를 청취하는 김정은이 식별됐다"며 "북한군의 C4I 체계 구축 및 운용 현황에 대한 관계기관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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