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키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이젠 지역 회장들도 등 돌렸다 '5시간 회의→즉각 사퇴 촉구'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강제 키스 논란'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28일(한국시간) "스페인축구연맹(RFEF) 지역 회장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선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징계를 내렸으며, 스페인 정부 또한 제명을 요청했으며, RFEF 지역 회장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 월요일 5시간에 걸친 회의 결과 다음과 같은 조치를 논의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RFEF 지역 회장 위원회는 "최근 (강제 키스 논란) 사건으로 스페인 축구계 이미지를 심각하게 더럽힌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에서는 잠시 주춤했다. 코스타리카(3-0 승)와 잠비아(5-0 승)를 압도했지만 일본(0-4 패)에 완패를 당했다. 절치부심한 스페인은 토너먼트에서 다시 저력을 발휘했다. 스위스(5-1 승), 네덜란드(2-1 승), 스웨덴(2-1 승) 등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사상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2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챔피언은 스페인이었다. 전반 29분 올가 카르모나가 터뜨린 득점으로 잡은 리드를 지켜 승리를 따냈다. 스페인은 2015 캐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9 프랑스 월드컵 16강에 이어 3번째 도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기적 같은 우승에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 발생했다. 시상식에 참여한 루비알레스 회장이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한 다음 난데없이 키스를 한 것. 해당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친밀감 표시라 주장했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가 완전히 잘못됐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너무 벅차올랐기 때문에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보였지만 밖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나는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으로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은 "여성들이 매일 겪는 성폭력 중 하나다. 우리는 동의 없는 키스가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탄했다. 미켈 이케타 스페인 스포츠 장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설명과 사과다"라며 혀를 찼다.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진 사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결국 자진 사임 이야기까지 나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5일 "FIFA가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다.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결승전 당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하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공격수 헤니페르 에르모소 입술에 키스를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오는 금요일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미 주변인들에게 사퇴 결정을 알렸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전문가 기옘 발라그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오늘 사임할 것이다. 그는 선수들, 협회, FIFA, 심지어 협회 예산에 의존하는 지역 조직들에게도 신뢰를 잃었다. 다음 단계는 모든 이들에게 무슨 일이 왜 일어났고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임 이후 FIFA 차원에서 밟을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진 사임은 없었다. 다음 날 'BBC'는 사건을 재조명하며 "루비알레스 회장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지만 사임을 거부했다.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스페인 선수들과 클럽에서 사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이콧도 진행된다. 'ESPN'은 "스페인 월드컵 우승팀 23명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있는 한 다시는 스페인을 대표해 경기하지 않을 거라 말했다. 월드컵 우승 이후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온 후 일주일 만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가짜 페미니스트'에 의한 '사회적 암살'이라고 언급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월드컵 우승 멤버 알렉시아 푸텔라스는 "용납할 수 없다. 모두 끝났다.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함께 한다"라고 규탄했다. 메가 클럽 바르셀로나는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동안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며 혀를 찼다. 심지어 결승 상대 잉글랜드 출신 베스 미드 역시 "스페인은 더 많은 걸 누릴 자격이 있다. 어떠한 선수도 이것(성추문)을 견딜 수는 없다. 웃기는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굴하지 않고 있다. 'ESPN'은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행정 스포츠 법원(TAD)에 불만을 제기했다. 현재 스페인 여자 대표팀은 11명이 떠났고 호르헤 빌다 여자팀 감독과 루이스 데 라 푸엔테 남자팀 감독도 루비알레스 회장과 거리를 둔 성명을 발표했다.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 사건에 대한 예비 수사를 시작했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급기야 루비알레스 회장 모친이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앙헬레스 베자르 루비알레스 회장 모친은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고향 안달루시아 모트릴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규탄하고 있는 사태가 여전히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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