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지 마세요"…서울대 졸업식에 선 최재천 교수

한병찬 기자 2023. 8. 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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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29일 오전 서울대학교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를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졸업생에게 당부한 건 '공정과 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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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 졸업생에게 '공정'과 '양심' 강조…"통섭형 인재돼야"
유홍림 총장 "모든 서울대생 1년은 기숙형 대학서 생활이 목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왼쪽 두 번째)가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3.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29일 오전 서울대학교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를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졸업생에게 당부한 건 '공정과 양심'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생물학자이자 통섭학자인 최 교수는 "서울대인이라면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이 이날 오전 10시30분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학사 978명, 석사 1200명, 박사 656명 등 총 2834명이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최 교수는 "마음 깊숙한 곳에 아주 작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촛불 같은 그놈의 양심을 어쩌지 못해 온갖 다양한 사회적 부름에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다"며 "오늘 후배들에게 마음속에 타고 있는 작은 양심의 촛불을 하나씩 나눠드리려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겸허한 자세로 평생 공부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여러분은 직업을 대여섯 번 갈아타며 살 것"이라며 "서울대 졸업장이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얻을 때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여러분은 앞으로 쉼 없이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며 "융합의 세기인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으로 통섭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통섭은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일컫는다.

최 교수가 졸업식 축사를 맡는 것은 내년 첨단융합학부 신설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는 미래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첨단융합학부의 신설을 결정한 바 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학위수여식사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생각하며 개인의 수월성을 공생과 상생을 실현하는 데 발휘해야 한다"며 "우리는 포용성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 총장은 서울대의 숙원 사업이었던 기숙형 대학(RC) 시범사업도 언급했다. 유 총장은 "서울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RC 시범사업인 LnL(Living&Learning)은 이러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를 길러내기 위한 혁신적 도전"이라며 "몇 년 이내에 서울대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이 1년 이상 LNL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RC는 학생이 대학 내에서 숙식하며 교육받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등 유명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마지막으로 유 총장은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공동체와 협력해 이뤄내길 바란다"며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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