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시어머니'에 김태호 PD도 흔들렸나..폐지된 진짜 이유 [Oh!쎈 초점]
[OSEN=하수정 기자] 리얼 버라이어티의 바이블, 진정한 국민 예능,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 자연스럽게 MBC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최근 김태호 PD가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무한도전'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려대 졸업 후 2001년 MBC에 입사한 김태호 PD는 햇수로 13년 동안 '무한도전'을 이끌면서 주말 예능 정상을 지켰다. 단순히 시청률 1위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이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라 할 만했다. '무도'에서 나온 내용이 일주일 내내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고, 멤버들의 말투가 곧 유행어가 됐던 시절이다.
그러나 국민 예능 반열에 오르다보니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엄격한 잣대가 요구됐고, 멤버들에겐 정치인보다 더욱 깨끗하고 모범적인 사생활이 필요했다. 오죽했으면 유재석이 녹화 전날에는 멤버들에게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을까.
그런 이유로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잦아졌다. 2014년 '홍철아 장가가자' 에피소드 이후, 불편하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유재석은 "리더인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멤버들과 고개를 숙였고, 곤장을 맞으면서 반성했다.
'무도는 달라야지'라는 인식 아래서 정점에 달했던 '식스맨' 프로젝트. 예능인 한 명을 충원하는데, 대한민국 장관 청문회보다 더욱 꼼꼼한 과거사 파헤치기, 인성과 사상 검증 등이 진행됐다. 이미 예능의 차원을 넘어섰고, '무한도전'에는 프로불편러와 그 유명했던 시애미질(시어머니)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많은 레전드를 탄생시킨 김태호 PD지만, 그도 중심을 잡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요정재형'에 나온 김태호 PD는 "누군가한테는 이게 '누구 의견을 따라가네 뭐 하네' 하지만, 사실 저희로서는 그냥 누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데 항상 저희가 장답을 굳이 내릴 필요 없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어 "한 2013년부턴 저희도 이제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됐다. '뭐가 맞는 건가?' 싶어서 중심을 잡기 쉽지 않았다. 댓글 중에는 '너희는 모여서 토크만 해도 재밌는데 왜 자꾸 이상한 거 할라 그래?'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래서 토크를 하면 초심을 잃었다고 '왜 앉아서 한 시간 뽑냐' 이런 얘기가 들렸다. '무한도전'의 패턴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태호 피디는 "그때부터 느꼈던 건 메인스트림, '누군가 정답이다' 이걸 정해놓고 가긴보단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있고, 예능의 소재가 아니라 예능의 카테고리를 하나 더 늘리고 싶었다. 근데 카테고리 늘리는 건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또한 "'무한도전'도 계속 변주를 주면서 내놓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여기서 하나만 더 내놓고 싶은데'라는 마음이었다. 2008년 추격전으로 큰 재미를 봤으니까 그 다음에 음악 예능도 한 번 해보고, 리얼리티 시트콤도 해보고,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캐릭터 예능은 기다림이 되게 필요한 장르다. 근데 기다린 만큼 그 수확도 되게 길다. 결국 캐릭터는 한 번 쌓이면 계속 몇 년은 가니까"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청자들의 갈대 같은 의견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 이후에도 '무한도전'은 여전히 사랑받았고, 종영 전까지 레전드 편을 만들었지만, '무도 시어머니'라 불린 극성 시청자들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시청자들의 사랑이 커지면서 동시에 간섭도 늘어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주축 멤버들의 연이은 하차, 방송가 트렌드 변화, 아이템 고갈, 뻔한 캐릭터와 패턴에서 오는 식상함 등도 13년 만에 종영을 결정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 hsjssu@osen.co.kr
[사진] '요정재형' 화면 캡처,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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