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시민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이야기…“칭찬합시다”
수원특례시 홈페이지에는 칭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칭찬합니다’ 게시판이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232건의 글이 게시되는 등 칭찬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시는 이 중 조회수와 공감수가 높았던 3건을 대상으로 2주간 시민투표를 진행해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뽑았다. 장애아동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모은 어린이집(232표)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왔던 스승의 이야기(148표)다. 학생과 부모, 교사가 서로 신뢰하고 어우러지며 빚어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장애아 보육을 위해 온 힘을 모은 사람들
“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차별 없이 따뜻한 보육환경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상반기 시 최고 미담의 주인공은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을 이끄는 이종금 원장(56)과 교사들이다. 이들을 칭찬한 사람은 올해 초 해당 어린이집을 졸업한 장애 어린이의 조부모 김수련씨(61). 그는 시립광교2동어린이집과의 만남이 ‘천운’이었다고 기억한다.
김씨는 지난해 3월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손주가 기존 어린이집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개학을 앞두고 새 가방까지 받아 돌아왔지만, 담당 선생님의 근심 어린 표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렇게 어깨가 축 처진 채 동네를 산책하던 그의 눈에 우연히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이 들어왔다. 즐겁게 놀고 있는 어린이와 교사의 모습이 김씨에겐 희망으로 비춰졌다.
마침 특수반을 운영하고 있던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은 마침 입소가 결정됐던 한 장애아가 갑자기 등원하지 않기로 해 한 자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김씨는 다짜고짜 선생님 손을 붙들며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고, 상담 후 입소 대기와 입소 확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립광교2동어린이집과의 운명 같은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후 아이는 안정감을 얻었다. 외부에서는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잘 먹기 시작했고, 얼굴 표정이 편안해졌다. 잠도 잘 자고, 발작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늦게 데리러 오면 많이 울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적응했다.
여기에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은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응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원장과 교사들이 합심해 도자기 만들기 등 일반 어린이들과 장애아 모두가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 체험으로 제공했다. 아이의 상태 관찰 등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장애아를 키우며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가족은 어느새 웃음을 되찾았다.
김씨는 “원장 선생님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 모두 장애아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교육 방향을 고민해 주셨다”며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른 장애아들도 똑같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시립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공보육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큰 칭찬을 받게 되니 보람이 크다”며 “장애아도 보듬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환원도 고민하면서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스승과 제자
“선생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갚으며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시 최고 미담의 주역은 스승 이양호씨(77)와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한 제자 김도영씨(62)다. 이들의 만남은 반세기 전인 1975년 이 선생님이 담임을 맡은 수원지역의 한 사립 여자중학교 2학년1반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분기별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이 일쑤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김씨는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새벽 우유 배달부터 오후 석간신문 배달까지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1학년 내내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한데다 2학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늘 자퇴서를 품고 다닐 정도였다. 언제까지 납부하겠다는 거짓말을 계속하지 못한 어느 날, 결국 교무실로 불려간 김씨는 쭈뼛거리며 자퇴서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퇴서를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꿀밤을 때리며 “너만 어려운 줄 알아? 세상에 너보다 어려운 사람 많다”고 나무랐다. 이어 “나한테 빚졌다고 생각 마라. 나중에 너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면서 살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는 그날부터 수업료를 못 낸다는 이유로 혼난 적이 없었고,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쳤다. 이후 스무살을 넘기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선생님의 가르침이 마음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살라’는 가르침이 강한 계기가 됐다. 김씨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자매결연을 시작으로 장학회 기부를 실천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등 마음의 빚을 갚고자 노력했다.
더 성공해서 선생님을 찾아뵙겠다는 생각으로 지내던 김씨는 지난해 수소문 끝에 이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너무 늦게 인사드려 죄송하다는 제자에게 스승은 찾아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수십년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는 추억을 공유하고, 감사함을 나눴다. 교장까지 지내고 퇴직한 이 선생님은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을 기록해 둔 수첩에서 김씨를 찾아 보여줬고, 학교 연혁이 담긴 책자를 펼쳐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이 선생님이 자주 시간을 보내는 동네 경로당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한 달에 한 번씩 안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 선생님은 “다른 교사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감사함을 표현해주는 제자가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그런 마음을 먹고, 잘 성장해 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김씨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뭐가 됐을지 모르겠다”며 “선생님의 진정한 제자 사랑으로 제가 바르게 살아올 수 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올해 상반기 최고 미담 주인공들에게 우수시민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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