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자 매장 떠넘기고 사이즈 밀어내기…‘갑질 종합판’ 아디다스
“기존 매장 몰수” 강압, 적자 매장 떠넘겨
비인기 사이즈 밀어내고 반품 약속 어겨
전문가 “본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갑질 해”
아디다스코리아 “회사도 어려웠던 시기”
‘페어플레이’를 브랜드 표어로 내세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상설매장 점주에게 십수년간 ‘물품 밀어내기·사이즈 미공개 떠넘기기’ 등 각종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산한 점주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함께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아디다스코리아는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올해 1월 무더기 계약종료를 통보하는가 하면, 본사 실수로 발생한 악성 재고에 대한 반품·환불을 미뤄 논란을 산 바 있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6년 3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리복과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했던 점주 김아무개씨는 본사의 불공정한 거래 강요로 인해 18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으며, 이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파산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아디다스는 지난 2006년 리복을 인수했다가, 15년 만인 2021년 다른 기업인 어센틱브랜드그룹(ABG)에 매각한 바 있다. 점주 김씨는 이 기간에 리복과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했다.
김씨는 2006년부터 ‘파주리복’ 등 5개 매장을 운영하다 2008년 리복 강남직영점(강남점)을 맡았다. “강남점을 운영하지 않으면, 기존에 운영하던 매장을 몰수하겠다”는 회사 쪽의 강압과 함께 월 매출액 6~7천만원과 본사가 보장하는 단체 매출도 4천만원이 있다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운영에 들어가자 이는 사실과 달랐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강남점 월세가 5600만원이었는데, 실제 매출은 2천만원이 채 안 됐다. 본사가 보장해준다던 단체매출도 없었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매장이라 내게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본사는 김씨가 강남점을 인수하자마자 5억원어치가 넘는 물품을 강제 공급했으며, 2009년에도 ‘본사 매출 부족’을 이유로 13억4천만원어치에 이르는 제품을 떠넘겼다. 김씨는 “강남점 손실로 재무상 도저히 물량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본사는 임의로 여신(신용도)을 상향해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 ‘판매가 되지 않으면 전량 반품해주겠다’고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주문내역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중복으로 출고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밀어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디다스코리아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사이즈 상품까지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제품) 공급을 받고 나서야 (공급된) 사이즈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며 “(공급받은 제품) 900개 가운데 악성(비인기) 사이즈인 220을 80개, 230을 400개, 250을 80개를 주고, 인기 사이즈인 235(여성)는 단 35개, 270·275(남성)는 각각 26개와 2개만 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김씨가 아디다스 매장을 열기를 원하자, 리복 매장까지 함께 운영하라고 ‘끼워팔기’도 했다. 김씨는 “2018년 2월 인천 롯데마트 계양점 아디다스를 인수했는데, 리복 매장까지 패키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장사가 안돼 2019년 8월 두 매장 모두 폐점을 요구했더니 ‘패키지’라는 애초 주장과 달리 리복만 폐점하라고 하더라”고 했다. 본사는 김씨가 2020년 3월 두 매장을 폐점했음에도 그해 5월까지 모두 9200만원어치의 물품을 추가로 떠넘기기도 했다.
더는 사업을 하기 어려워진 김씨는 이후 아디다스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공정위 분쟁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5월 “김씨 주장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그간 거래 관계를 고려해 물품대금 1억원을 면제하고, 3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손해액의 6분의1에 불과한 데다 ‘갑질’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김씨는 본사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공정위 신고와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씨 외에도 공정위 분쟁조정원을 통해 아디다스코리아와 분쟁 중인 점주는 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인기 브랜드에 다른 브랜드 끼워팔기, 물품 밀어내기, 사이즈 미공개를 통한 악성 재고 떠넘기기 등 본사가 할 수 있는 갑질을 모두 한 것으로 보인다. 가맹사업법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행위”라고 짚었다. 이어 “왜 이런 갑질을 참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생계가 걸린 데다 폐점하면 모든 부채를 갚아야하는 점주 입장에선 본사에 대항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디다스코리아 쪽은 한겨레에 “김씨는 시즌 아웃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상설거래를 했던 점주로, 일반 거래와는 차이가 있다”며 “김씨가 주장하는 기간은 판매 부진으로 점주뿐 아니라 본사 역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오랜 거래관계를 고려해 원만하게 사안을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김씨가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손실을 볼 때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315억원, 14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후로는 외부감사를 피하려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2017년부터는 국내에서 얼마나 이익을 거둬들이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디다스는 누리집을 통해 기업의 사명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지닌 영향력으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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