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이선균 "이런 장면, 해보고 싶었죠"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이선균이 이번엔 몽유병 환자 연기에 도전했다. '이런' 장면을 해보고 싶었다는 이선균이다.
'잠'(연출 유재선·제작 루이스픽쳐스)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선균은 '잠'에 대한 첫인상을 묻자 "군더더기 없이 잘 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쉽게 잘 읽혔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같은데, 그 안에서 미스터리 스릴러가 잘 녹아든 것 같아서 쭉 읽혔다"고 말했다.
특히 이선균은 앞서 '기생충' 인연인 봉준호 감독의 추천으로 '잠'을 선택하게 됐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이른바 '봉준호 키즈'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봉 감독님이 연락을 주신 것도 영향이 없지 않다. '연출부였던 친구인데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당연히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며 "현장에서도 콘티가 정말 명확했다. 대본도 심플한데, 그것에 맞게 잘 짜신 것 같다. 90% 이상이 세트 촬영이다 보니 효율적으로 잘 진행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이선균이 맡은 현수는 몽유병 환자다. 수면 중 움직이는 사소한 행동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로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는 아찔함을 보여준다.
현수에 대해 이선균은 "본인은 큰일을 해놓고 다음날 별로 죄의식이 없다. 좀 무딘 캐릭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잘 잔다. 이걸 어떤 캐릭터로 해야 할지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며 "본인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처한 걸 알지만, 너무 딥하게 가면 힘들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수진과 3막으로 넘어가면서 감정적인 충돌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잠'은 전개가 무르익으며 현수의 기이함도 점차 고조돼 간다. 이에 대해 인선균은 "감독님이 긴장감을 갖고 가도록 잘 설계해 주셨다. 이 영화는 어떤 캐릭터의, 어떤 변화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수진의 감정 변화와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1막에서 현수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저는 그걸 기괴하게 잘 표현하려고 했다. 2막에선 노력은 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이 없어도 되나 싶게 연기했고, 3막은 (현수가) 끌고 가는 장이라 나름 포인트를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현수의 몽유병 증세가 심화되며 한밤중 냉장고 문을 열고 생고기와 날계란, 날생선을 닥치는 대로 집어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이선균은 "1막에선 그 장면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정유미는 제가 불쌍해 보였다고 하지만, 저는 이런 장면을 해 볼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다"며 "앞서 '고래사냥'이라는 영화에서 안성기 선배가 닭을 먹는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다. 저는 그런 장면을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소품을 깨끗한 걸로 잘 준비해 주셨다. 사실 생선을 먹는 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제작부가 이것저것 많이 준비를 해주셨다. 직접 먹어보시고 찍어서 보내주시곤 했다"며 "배려해 주신 덕분에 테이크는 의외로 많이 안 갔다. 이왕이면 그 앞부분까지 길게 찍어주시길 바랐는데 그러면 너무 더러울 것 같았다. 딱 적당히 촬영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번 현장에서 가장 최연장자였다는 이선균은 "신인 감독님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어서 봉준호 감독님이 연락을 주신 것 같았다. 저도 감독님이 데뷔작이니까 후회 없이 하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며 "편집을 하다 보면 '한 번 더 갈걸'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냐. 저도 연기할 때 '한번 더 갈걸'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어려운 게 아니니가 만족할 때까지 테이크를 가고, 모자란 앵글이 있으면 콘티 없이 찍자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선균은 "신인 감독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을 것 같았다. 감독님은 굉장히 솔직하다. 방어막이나 세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점이 너무 좋았다. 겉멋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장르를 밀고 나가는 힘이 보였다"고 칭찬했다.
올해 4월 개봉한 영화 '킬링 로맨스'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는 스코어가 너무 아쉽다. 근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코어 대비 마니아층이 많다. 이원석 감독님을 포함해서 이하늬, 공명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올해 개봉한 영화들이 있다 보니까 분기별로 이렇게 나와도 되는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킬링 로맨스'나 '잠', 앞으로 나올 영화들 모두 캐릭터가 달라서 조금 안심이 된다"며 "'킬링 로맨스'는 영화적으로 강한 잽을 날렸다. 촬영하면서도 즐거웠고, 영화도 재밌게 봤다. 근데 호불호가 있다. 불호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근데 '호'인 분들은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라고 웃었다.
이와 함께 이선균은 "뻔한 이야기지만 저는 여러 캐릭터를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재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기'라는 것 자체는 제가 주체가 돼서 표현해야 하니까 계속 저를 발전시키게 되는 것 같다"며 "어떤 숙제가 계속 주어지니까 다른 것들에 안주하지 않고,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 것이 제 삶에 있어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선균은 "유재선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정유미와도 가장 호흡이 잘 맞고 편하다"며 "로맨틱 코미디 불러주시면 너무 좋겠지만, 저한테 올까요?"라고 농담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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