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학살자’ 알아사드 퇴진 시위 열흘 넘게 이어져

선명수 기자 2023. 8.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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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에서 시민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웨이다24/AFP연합뉴스

12년간 지속된 내전에 극심한 빈곤과도 씨름하고 있는 시리아에서 ‘시리아의 학살자’라 불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리아 서남부 스웨이다주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날 현재 11일째 이어지며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시리아 남부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이날 스웨이다 주요 도시인 드루즈에서는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광장에 모여 “시리아 만세, 알아사드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날에는 시위대가 집권당인 바트당 당사를 폐쇄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내전 발발 후 보안기관에 의해 체포된 뒤 실종된 수천여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스웨이다 지역은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정부군의 통제를 받는 곳으로, 소수 종파인 드루즈파의 본거지다.

극심한 물가 인상 및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알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연료보조금을 삭감한 데 이어 공무원 임금을 2배 이상 올린 것이 불씨가 됐다. 일각에선 2011년 중동을 휩쓸었던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가디언은 “반정부 시위가 시리아 남부 지역 전역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촉발됐던 남부 도시 다라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를 주도한 ‘스웨이다24’의 라얀 마루프 대표는 “이전까지 스웨이다에서는 이 같은 규모의 시민 저항운동은 없었다”면서 “사람들은 개혁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정한 정부를 원하지만 알아사드는 그런 정부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며 시위대의 요구가 ‘정권 퇴진’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시위대가 경제 개혁만을 원했다면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등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이들이 은행이 아닌 바트당 당사를 노린 것은 알아사드가 퇴진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알아사드가 아랍연맹에 복귀하며 승리했다고 여기지만, 그가 ‘합법적인 통치자’인지 아닌지는 국민들이 결정한다”며 “이번 시위는 시리아에서 희망을 일깨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정권 퇴진을 요구한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당시 시민들을 살상하며 폭력적으로 진압한 독재자다.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갈등까지 더해지며 촉발된 내전에서 반군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악명을 떨쳤다. 2013년에는 반군 장악 지역에 화학무기인 사린가스 공격을 퍼부어 1400명의 사망자를 냈다. 시리아 내전은 5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10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발생시키며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내전 기간 시리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집을 떠났다.

내전 기간 벌어진 잔혹행위로 인해 시리아는 2011년 아랍연맹에서 퇴출됐지만, 알아사드 정권은 지난 5월 12년 만에 재가입에 성공했다. 내전에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반군을 지원해온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3월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며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내전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경제는 파탄났다. 시리아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말 이후 3배 가까이 폭락했다. 유엔은 12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식량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시리아 인구의 90%가 빈곤선에 빠졌다고 발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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