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류승룡, '순정마초' 치킨집 사장님의 로맨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배우 류승룡은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홍보에 가장 진심인 배우다. 디즈니+의 기술적 오류로 8`, 9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때 SNS 스토리를 통해 빠르게 해결 방법을 공유했다. 또 자신의 이야기가 다뤄진 10, 11화를 소개하는 SNS 게시글에서는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도움을 준 모든 스태프들의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고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빙'의 장주원을 보고 있으면 류승룡이 이렇게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그동안 류승룡에게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디즈니+오리지널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휴먼 액션 시리즈다.
류승룡은 다쳐도 금방 회복하는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장주원 역할을 맡았다. 본디 안기부 블랙 요원이었던 장주원은 교통사고로 아내(곽선영)가 사망하자 일을 그만두고 딸과 잠적한다. 일용직을 전전하며 도피하던 주원은 희수가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리자 합의금 마련을 위해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 정원고에서 희수를 받아줘 서울로 이사온 주원은 그렇게 작은 치킨집을 차린다.
주원의 과거사는 지난 23일 공개된 10, 11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그중에서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주원이 아내 지희(곽선영)를 만나는 과정과 국정원 블랙요원이 되는 과정이 주를 이뤘다. 앞서 공개된 미현과 두식은 압도적인 비주얼과 비밀 임무라는 서사를 앞세운 로맨스를 그려냈다. 주원과 미희의 러브 스토리는 달랐다. 남다른 능력을 가졌음에도 길을 잃고 방황하던 주원이 지희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순수하면서도 거침없이 풀어냈다.
이러한 로맨스를 완성할 수 있던 건 류승룡의 다양한 얼굴 때문이다. 재생 능력을 믿고 자신의 배도 망설임 없이 가르는 류승룡의 얼굴에서는 괴물 같은 모습이 보여진다. '염력'에서 이미 초능력을 써봤기 때문인지 초능력을 연기하는 류승룡의 모습도 꽤나 자연스럽다. 믿기 힘든 초능력 외에도 의리 하나로 동생들을 챙기는 류승룡의 모습에서는 고전적인 마초의 향취가 물씬 묻어난다.
그러나 홀로 남겨진 방안에서의 류승룡은 외로움과 슬픔이 가득하다. 지희라는 십자가와 마주한 류승룡의 모습에서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무협지를 로맨스라고 주장하는 모습이나 지희를 불러다 놓고도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하고 빙빙도는 류승룡의 모습은 잔혹했던 '괴물'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서로 상반됐던 류승룡의 두 얼굴은 지희가 위험에 처한 순간 하나로 합쳐진다. 머리로 벽을 부수며 지희 앞에 나타난 주원의 모습은 '순정 마초' 그 자체다. 류승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출연 당시 자신이 맡은 진봉을 '순정 마초'라고 소개했지만, 주원도 이에 못지 않게 순수하고 마초적인 인물이다.
'무빙' 10화의 제목은 괴물, 11화의 제목은 '로맨티스트'다. 류승룡은 장주원이라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괴물이 한 사람밖에 모르는 로맨티스트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 같은 류승룡의 섬세한 연기는 길을 잘 찾지 못하던 주원이 자신에게 길을 알려준 지희를 다시 찾아가 "지희 씨 찾아온 겁니다"라고 고백하는 모습으로 완성된다.
'무빙'의 티징 콘텐츠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 중 하나는 또 한 번 치킨집 사장이 된 류승룡의 모습이다. 영화 '극한직업'의 고상기 반장, '염력'의 신석현에 이어 벌 써 세 번째 닭장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석현과 장주원은 초능력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좀비설이 돌 정도로 남다른 맷집을 자랑하는 고상기 반장도 있기 때문에 장주원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별함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실제로 프랭크(류승범)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골격을 재배열하는 주원의 모습은 '극한직업'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겹쳐지는 캐릭터만큼이나 분량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호화로운 라인업을 자랑하는 '무빙'의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류승룡의 이름이다. 그러나, 극초반에는 자녀 세대인 봉석과 희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이후에는 미현과 두식의 에피소드가 먼저 공개돼 류승룡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봉석과 희수가 하이틴 로맨스를 찍을 때 프랭크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미현과 두식이 밀당을 펼칠 때 두 사람 사이에서 능청스러운 웃음을 주지만, 분량이 아쉬웠음은 분명했다. 그러나 자신이 중심이 된 스토리가 나오자 류승룡은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내는 연기를 선보였다.
어느덧 반환점을 돈 '무빙'은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디즈니+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반복에도 불구하고 '순정 마초' 로맨스라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류승룡의 존재 때문이었다. 비장의 무기를 꺼내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류승룡이 앞으로는 어떤 무기를 꺼내 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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