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뉴욕 유학시절 천착한 ‘추상 흑백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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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태아가 웅크린 듯한 형상 아래 글귀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밝게 빛날 미래를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드러난다.
전시제목은 1972년 첫 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최욱경이 유학시절 쓴 45편의 시와 16점의 삽화를 엮어 발간한 시집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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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 29점·삽화 6점 등 전시
“때가 되면 해가 뜰까…내게 때가 오긴 할까?”
어둠 속 태아가 웅크린 듯한 형상 아래 글귀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밝게 빛날 미래를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드러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추상화가 최욱경(1940∼1985)은 1969년 미국에서 그려낸 ‘무제(When the time comes)’에서 앞으로 펼쳐낼 예술인생에 대한 낙관을 담았다. 이후 최욱경은 때가 왔다는 듯 자신만의 독자적인 추상 문법을 구축해 낸다.
작고한 지 3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추상화단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는 최욱경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탐구했다. 1963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훌쩍 미국으로 떠난 그는 이 시기를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라고 표현한다. 낯선 환경과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최욱경은 잉크, 연필, 차콜, 콩테,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탐독했고, “그때 정말 많이 그렸다”고 회상할 만큼 방대한 양의 드로잉을 제작했다. 대담한 필치와 빨강·노랑 등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한 마리 나비 같은 그의 추상회화 작품들은 우화 직전의 연약하고 초라한 번데기 같은 뉴욕 유학시절 흑백 드로잉이 빚은 결과물이다.
이런 최욱경의 흑백 드로잉 작품이 부산을 찾았다. 국제갤러리가 지난 25일부터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최욱경 개인전 ‘낯 설은 얼굴처럼’을 열었다. 흑백 드로잉 판화 29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9점이 걸렸다. 전시제목은 1972년 첫 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최욱경이 유학시절 쓴 45편의 시와 16점의 삽화를 엮어 발간한 시집의 이름이다. 시집에 삽화로 소개된 삽화 중 ‘실험(實驗)’ ‘습작(習作)’ 등 6점을 직접 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초기 미국 유학시절 당시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개인, 작가로서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며 “작가의 일상을 채우던 생각의 파편, 일기장 속 미완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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