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령탑 7연속 중도퇴진 흑역사…KS 우승 외부인사 영입은 딱 1명 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또 한번 아픈 역사가 반복됐다. 래리 서튼(53) 롯데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 놓은 것이다.
롯데는 지난 2021년 5월 허문회 감독의 후임으로 서튼 감독을 임명했다. 롯데의 제 20대 감독으로 정식 선임된 서튼 감독은 지난 해 롯데가 64승 76패 4무(승률 .457)로 8위에 머물렀음에도 구단의 신임을 잃지 않았다.
구단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은퇴를 선언했지만 FA 시장에서 유강남을 4년 총액 80억원, 노진혁을 4년 총액 50억원, 한현희를 3+1년 총액 40억원에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섰다. 특히 포수, 유격수 등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지션을 한꺼번에 보강하면서 알짜배기 영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방출 선수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면서 뎁스를 확충하려 했다.
실제 롯데는 단독 1위로 4월을 마쳤고 파죽의 9연승까지 질주하면서 무시무시한 돌풍을 일으켰다. 롯데의 돌풍은 6월 초까지 이어졌다. 롯데는 6월 3일까지만 해도 29승 18패(승률 .617)로 단독 3위를 지키고 있었다. 1위 SSG와의 격차는 겨우 2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롯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추락이었다. 롯데는 걷잡을 수 없는 추락에 38승 39패(승률 .494)로 전반기를 마감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7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50승 58패(승률 .463)로 가을야구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어느덧 5위 KIA와의 격차는 5경기까지 벌어졌다.
'역대급 추락'에 서튼 감독도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27일 사직 KT전에서 시즌 두 번째 결장을 한 서튼 감독은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고 롯데는 이를 수용해 28일 서튼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 이종운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음을 밝혔다.
벌써부터 롯데의 차기 감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미 'FA 최대어'로 각광을 받는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후보군에 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김태형 해설위원은 두산 감독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명장이다. 김태형 해설위원 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여러 인사들이 후보군에 등장하고 있다. 아직 롯데가 새 감독 선임에 대한 어떠한 제스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롯데는 그동안 파격에 가까운 감독 선임이 많았던 팀이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는 지금껏 정식 감독으로 20명을 선임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한 사례는 딱 한번 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번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한 팀인데 정작 가장 중요한 감독 선임에 있어서는 '모험'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롯데는 박영길 초대 감독(1982~1983년)이 1983년 7월 중도 퇴진하자 1984년 강병철 감독(1984~1986년)을 새로 선임했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성기영 감독(1987년)을 거쳐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어우홍 감독(1988~1989년), '인천야구의 대부' 김진영 감독(1990년)이 바통을 이어 받았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롯데는 강병철 감독(1991~1993년)을 다시 불러 들였고 1991년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1992년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강병철 감독 후임으로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40대 기수' 김용희 감독(1994~1998년)이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김용희 감독은 1995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기도 했지만 1997~1998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면서 결국 팀을 떠나야 했다. 이어 김명성 감독(1999~2001년) 체제로 거듭난 롯데는 1999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고 2000년에도 준플레이오프 무대까지 밟았으나 2001년 7월 김명성 감독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암흑기가 도래하고 말았다.
후임으로 선임된 우용득 감독(2002년)은 1993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인물이지만 역시 우승 경력은 없었다. 우용득 감독이 팀을 떠난 시점은 2002년 6월. 우용득 감독에 이어 새로 취임한 백인천 감독(2002~2003년)은 1990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역시 2003년 8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롯데는 양상문 감독(2004~2005년) 체제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2005년에는 정규시즌 5위를 기록, 나름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강병철 감독(2006~2007년)을 재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역시 실패로 귀결됐다.
롯데의 모험은 계속됐다. KBO 리그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2008~2010년)을 전격 선임한 것.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체제에서 암흑기를 벗어나고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끝내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롯데는 양승호 감독(2011~2012년)을 시작으로 김시진 감독(2013~2014년), 이종운 감독(2015년), 조원우 감독(2016~2018년), 양상문 감독(2019년), 허문회 감독(2020~2021년), 서튼 감독(2021~2023년)까지 7명의 감독과 함께 했지만 모두 계약 기간 도중에 퇴진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들 중 롯데에서 1군 사령탑으로 정식 데뷔한 초보 감독만 5명(양승호, 이종운, 조원우, 허문회, 서튼)이었다.
이른바 '감독 잔혹사'라 할 수 있는 롯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롯데는 왜 그토록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을 갖춘 외부 인사 영입에 소극적이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금껏 KBO 리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했던 감독은 총 18명. 김영덕 감독(1982년)부터 김응용 감독(1983년, 1986~1989년, 1991, 1993, 1996~1997년, 2002년), 강병철 감독(1984년, 1992년), 백인천 감독(1990년), 이광환 감독(1994년), 김인식 감독(1995년, 2001년), 김재박 감독(1998, 2000, 2003~2004년), 이희수 감독(1999년), 선동열 감독(2005~2006년), 김성근 감독(2007~2008년, 2010년), 조범현 감독(2009년), 류중일 감독(2011~2014년), 김태형 감독(2015~2016년, 2019년), 김기태 감독(2017년), 트레이 힐만 감독(2018년), 이동욱 감독(2020년), 이강철 감독(2021년), 김원형 감독(2022년)까지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을 앞세워 재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들과 인연이 거의 없다. 롯데에서 감독직을 처음 맡아 'V2'를 일군 강병철 감독을 제외하면,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감독으로 앉힌 사례는 백인천 감독이 유일하다.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100%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초보 감독이라도 지도력이 있다면 충분히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는 안전한 선택보다는 모험수가 많았고 거듭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단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과연 롯데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앞으로 이종운 감독대행이 크나큰 반전 드라마를 선보인다면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한 여러 후보들도 계속 언급이 될 것이다. 롯데의 미래가 달린 선택이기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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