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이 아동 학대가 되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윤미숙 대변인

서울문화사 2023. 8.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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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대한민국의 교사들. 교권 추락으로 인한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04년 발령을 받아 20년 가까이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 겸 대변인은 최근 4~5년 사이에 학교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이나 극성인 학부모들은 늘 있었죠. 그래도 예전에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훈육할 수 있었고,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하면 대화가 통했어요. 아이의 잘못에 수긍하고 가정에서도 잘 지도하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훈육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아이니까 잘못도 할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태도가 너무나 자기중심적으로 변한 것.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주는 것이 교육인데, 학부모들의 민원 탓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교권 붕괴는 훨씬 심각하면서도 현실적이다.

Q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사 입장에서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고인이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그 반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건 맞고 저건 아니다’라는 식의 루머를 해명하는 데 급급한 느낌이 듭니다. 정작 중요한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고인이 나이스 업무를 했다거나 1순위로 1학년을 희망했다거나 그런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 관련 민원이 있었고, 그 민원이 어떻게 고인을 괴롭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경찰 수사로 넘어간다고 하니 진짜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Q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는 아이들도 선생님에게 “이거 아동 학대예요”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어요. 실제로 자기 부모를 아동 학대로 고소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도 교사의 교육활동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혹은 자기 아이한테 유리하게 하려고 “선생님, 이런 건 정서적 학대예요”라는 말을 협박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훈육 과정에서 아이가 ‘기분이 나빴다, 자유를 침해당했다’ 이런 게 모두 아동 학대라면 사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Q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교권 추락과 관련이 있다고 보나요?

제가 근무하는 부산은 학생인권조례가 없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과 연관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없지만 교권은 계속 추락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북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바탕으로 한 학생인권센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동 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아도 여기에 신고를 당해 행정 조치나 징계를 받는 선생님들이 꽤 있습니다. 법적으로 아동 학대라고 판결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 면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개정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의 교육권 역시 중요하니까요.

Q 그렇다면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교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결국 아동 학대가 돼버린다는 것입니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아동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간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게 한편에서는 “왜 교육활동에만 예외를 두느냐, 교사가 아동 학대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 교사에게만 특혜나 면책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에 실제 개정까지는 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물론 그런 문제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법과 제도를 유지해나간다면 더 이상 공교육이 버틸 수 없다는 겁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그렇다면 해외 사례 중에서 우리가 도입할 만한 것들이 있나요?

미국은 교실에서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하면 교사가 주의를 주고, 그래도 아이가 그치지 않고 반복하면 교장실로 보낸다고 해요. 그렇게 분리조치를 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교사가 다 감당해야 하는데, 수업 시간에 계속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는 교사의 교육권뿐 아니라 다른 학생의 수업권까지 침해하는 겁니다. 교사가 데리고 나가거나 교실 밖으로 나가게 하면 방임이 됩니다. 모든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한 학생을 견딜 수밖에 없어요. 교사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죠. 미국처럼 학교장이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전담하거나 학부모를 바로 소환해 귀가 조치를 시키는 등의 방법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국 역시 전담팀이 투입돼 아이를 분리시키고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Q 선생님들은 무엇을 위해 교권 회복에 애쓰시는 건가요?

전국의 선생님들이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나가서 집회를 합니다. 모든 선생님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교권이 없으면 교실이 붕괴됩니다. 내 아이를 위해, 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을 위해 교사의 교권이 지켜지고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합니다. 체벌하던 구시대적인 교권이 아닌, 우리가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훈육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위를 원하는 겁니다. 이런 교육권이 다수의 아이와 공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함께 공감하고 지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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