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빼가기’ 제재 강화 나선다…‘피프티 사태’ 후 정부도 나서
《큐피드》, 내홍에도 빌보드 핫100 22주 연속 진입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법원이 소속사 어트랙트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연예계가 전속계약 기간 중 연예인에 사전 접촉하는 '탬퍼링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섰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연예 제작자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한국제작자협회 등은 지난 22일 유인촌 문화체육특별보좌관과 만나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촉발된 연예계 탬퍼링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들 단체는 유 특보에게 표준전속계약서 수정, 연예계 FA 제도 도입, 탬퍼링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르면 이번 주에 다시 후속 논의를 하기로 했다.
연예계 단체는 14년 전에 만들어진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조항이 탬퍼링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권고하는 연예기획사의 표준전속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만든 약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용어 등을 한 차례 개선했으나, 주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표준전속계약서가 최근 K팝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변화한 연예인과 기획사 간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피프티 피프티처럼 1~2년 이내에 신인 그룹이 급부상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전과는 신인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역학 관계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매연 관계자는 "현재 표준전속계약서는 과거 연예인이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져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환경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대부분 조항이 기획사의 의무를 주로 규정하고 있어, 연예인이나 외부 기획사에서 이를 악용해 기존의 전속계약을 깨뜨리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악용되는 조항은 정산 자료 제공, 제반 비용 부담 의무 등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산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다. 내용 기재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가수 활동 이전 연습생 시기에 사용되는 제반 비용을 기획사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뒤늦게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전속계약서에 기획사뿐 아니라 소속 연예인의 책임과 의무를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또 탬퍼링을 막기 위해 전속계약 분쟁을 겪은 연예인이 다른 기획사와 계약을 맺기 전 의무적으로 유예 기간을 갖도록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 일반화된 자유계약(FA) 제도를 연예계에도 일부 도입해 탬퍼링 행위를 양성화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사태를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주목하고 있으며, 상황을 계속 검토하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그룹 피프피 피프티는 올해 2월 발매한 첫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 《큐피드》로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피프티 피프티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 어트랙트 소속으로 새로운 기록을 쓰면서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렸지만, 지난 6월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은 28일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어트랙트의 손을 들어줬다.
내홍에도 불구하고 《큐피드》는 핫100에 22주 연속 진입하며 장기 흥행하고 있다. 팬덤이 아닌 노래 자체의 화제성을 기반으로 차트에 진입한 만큼, 내부 이슈나 여론에 관계 없이 음원 차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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