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올해 주가 3배 이상 올랐지만…밸류에이션은 더 싸졌다

권성희 기자 2023. 8. 29. 0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엔비디아가 지난주 입이 벌어질 만큼 놀라운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는 별다른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는 올들어 3배 이상 폭등했지만 밸류에이션은 지금이 올들어 어느 때보다 더 싸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1.8% 상승한 468.35달러로 마감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올 1월5일 이후 250% 폭등했지만 밸류에이션은 지금이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순이익이 급증하고 실적 전망도 더욱 밝아졌기 때문이다.

팩트셋이 조사한 결과 지난 7월31일 기준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엔비디아의 주당순이익(EPS)은 회계연도 2024년(올 2월~내년 1월)이 7.95달러, 회계연도 2025년(내년 2월~2025년 1월)이 11.53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8월25일에는 회계연도 2024년 EPS 전망치가 10.60달러로 상향 조정됐고 회계연도 2025년 EPS 전망치는 16.51달러로 올라갔다.

이 결과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5일 현재 33.8배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3일 실적 발표 전 선행 PER인 43배 이상에서 낮아진 것이며 올 1월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과거 12개월 순이익 기준 PER도 지난 3월 말 이후 가장 낮아졌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실적 전망치에도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집계된 과거 실적만 믿는다.

엔비디아의 후행 PER은 지난 23일 실적 발표 전 245배에서 지난 25일엔 113.8배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이는 엔비디아 주가가 269.84달러로 미감했던 3월28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배런스는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선행 PER이나 후행 PER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PER은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첫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가 140달러대였던 올초 엔비디아 밸류에이션이 살만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했다면 주가가 470달러에 육박하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살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놀랄만한 실적을 발표하고도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직전 471.16달러에서 28일 468.35달러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매출 급증세가 지금이 정점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매물이 나오고 있는 반면 추가 매수세는 제한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1일에 현재 엔비디아와 2000년 시스코 시스템즈를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해 엔비디아 고평가론을 제기했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5~7월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 주가가 지난 12개월 매출액 대비 41배 수준이었다. 이는 S&P500기업들의 평균 주가매출비율(PSR)인 2.4배의 17배가 넘는 수준이다.

2000년에 시스코도 주가가 지난 12개월 매출액 대비 38배까지 올랐다. 현재 엔비디아가 AI 붐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처럼 당시 시스코는 닷컴 버블로 기업들이 네트워킹 장비 투자를 늘리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시스코는 닷컴 버블 붕괴로 매출액이 타격을 받으며 주가가 폭락했고 아직 2000년 최고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지금은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수요가 폭증하며 매출이 급중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등에 GPU 장착이 마무리되면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감당하지 못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가 연초 140달러선에서 현재 460달러선으로 3배 이상 폭등한데다 매출액이 연간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고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엔비디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높은 PSR을 다른 S&P500 기업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 5~7월 분기에 71%였다.

테슬라는 올 2분기(4~6월) 매출총이익률이 18.2%였다.

엔비디아는 PSR이 높아도 매출총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PER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매출총이익률이 낮으면 PSR이 높을 경우 PER이 급등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PSR이 엔비디아보다 낮은데도 선행 PER은 64배로 엔비디아의 2배에 육박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