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 “외모에 가려진 연기력, ‘무빙’으로 인정받았어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8. 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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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윤정,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 고윤정은 실제로도 AI가 그려놓은 듯 반듯한 이목구비를 갖췄다. 인형같은 외모에 수더분한 반전 성격이 더 매력적이었다. OTT플랫폼 디즈니+ 시리즈 ‘무빙’ 속 차진 연기력이 이제야 빛을 받은 것도 그의 미모 탓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연기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칭찬 받아서 좋은 요즘이긴 해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전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자체에 대한 평가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갈증도 없었는데, 이렇게 작품 6~7편만에 처음 인정을 받으니 기분도 좋고 앞으로 더 욕심도 나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싶고 책임감 있게 임하고 싶어졌어요. 요즘은 현장도 빨리 가고 싶어지던 걸요. 처음 호기심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면, 이젠 더 재밌어지고 잘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아마 다음 작품에선 부담이 조금 더 커질 것 같고요.”

고윤정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무빙’ 희수 역으로 사랑받는 소감부터 이정하, 김도훈과 ‘봉희강’ 조합으로서 ‘케미(케미스트리)’, 류승룡과 호흡 등 작품에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배우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정하·김도훈과 함께한 학교 에피소드, 우리 정말 잘했구나 싶었어요”

그는 ‘무빙’ 초반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봉석 역의 이정하, 강훈 역의 김도훈과 함께 정원고 소속 비범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학교 다니듯이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 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끝나고선 걱정 반 기대 반이었죠. ‘케미’가 잘 나올 건 알았지만, 우리끼리만 재밌게 찍은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완성본을 보니 놀라울 정도로 잘 나왔더라고요. 작품이 정말 인기가 높은 건지, 평소 연락 없던 지인들까지도 전화가 와서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반응 보면서 저 혼자 이끌어갔다기 보다는 우리 모두 정말 잘했구나 싶었어요.”

배우 고윤정,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신체재생능력이 뛰어난 ‘희수’는 과거 요원이었던 아버지 ‘장주원’(류승룡)의 능력을 이어받은 여고생이다. 날 수 있는 ‘봉석’, 스피드가 빠른 ‘도훈’과 함께 그들을 둘러싼 악의 음모에 대항한다.

“희수가 정말 자존감이 높은 친구잖아요. 저와 비슷한 지점이 있었어요. 말을 툭툭 내뱉는 것도 비슷하고요. 하필 봉석처럼 살갑고 따뜻하면서도 부끄러움 많은 캐릭터 옆에 있어서 그런 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 역시 낯간지러운 말을 못하는 편이고 감정 표현에도 무디거든요. 제 성격과 똑같은 배역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도 가장 가까운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을 꼽으라니 이정하, 김도훈을 꼽는다.

“이번 작품으로 부쩍 친해졌어요. 이정하 누나가 저와 동갑이고 제 친동생이 정하와 동갑이라 바로 누나-동생으로 호칭을 정리했고요.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저절로 친분이 쌓였던 것 같아요. 그 전엔 ‘남사친’이 없었느냐고요? 네. 비밀을 털어놓는 친구는 있지만, ‘남사친’은 별로 없었어요.”

배우 고윤정,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원조 딸바보’ 류승룡, 커피차도 보내줘”

극 중 ‘장주원’과 ‘희수’는 서로 존재만으로도 애틋한 부녀관계다. 류승룡과 함께했던 현장이었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그다.

“‘7번 방의 선물’ 때부터 ‘딸바보’로 유명했잖아요. 항상 작품을 잘해오던 분이니,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민폐 끼치치 않는 사랑스러운 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죠. 막상 함께 해보니 선배가 장난기도 많고 엄청 섬세하게 잘 챙겨주더라고요. ‘무빙’ 촬영한지 2주밖에 안 됐을 때에도 ‘무빙’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줬어요. ‘딸 희수야,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라’는 현수막과 함께요. 본인 촬영날도 아닌데도 그렇게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했어요.”

실제 아빠와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도 있느냐고 하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아빠는 삼형제로 태어나서 그런지 여자 아이를 대하는 것에 굉장히 서툴러요. ‘장주원’처럼 다정다감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아빠를 떠올렸다기 보다는 류승룡 선배 눈을 쳐다보면서 연기했어요. 그러면 모르는 감정도 떠오르더라고요. 노을지는 운동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뒤 ‘아빠 나 왜 이래’라는 대사를 할 땐 일부러 연습을 많이 안 하고 갔다. 대본만 봐도 울컥해서, 현장에서 선배를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역시나 선배 눈을 보니까 여러 감정이 묻어나오더라고요.”

낮고 강단있는 목소리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사실 이전엔 제 목소리가 ‘특이하다. 생각보다 낮다’는 말만 들었어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죠. 강풀 작가도 제게 ‘너에게서 희수를 발견하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거니 네 말투처럼 편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기 보다는, 그 전엔 그저 엄마랑 비슷한 목소리라고만 생각했지 낮다고 느끼진 몰랐는데요. 이젠 이것도 또 하나 장점일 수 있겠구나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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