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철새의 겨울 먹이터, 결국 대저대교가 관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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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찾아간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대저생태공원 서쪽 무논에선 벼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철 벼를 베고 나면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와 큰기러기 등 겨울 철새의 먹이터가 된다.
철새들은 인근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에서 쉬다가 이 논에 남아 있는 나락과 볍씨 등을 먹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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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찾아간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대저생태공원 서쪽 무논에선 벼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철 벼를 베고 나면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와 큰기러기 등 겨울 철새의 먹이터가 된다. 철새들은 인근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에서 쉬다가 이 논에 남아 있는 나락과 볍씨 등을 먹으러 온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저생태공원 남쪽 습지는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큰기러기 등의 핵심 서식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이들 보호종은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곳 습지와 논을 관통해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8.24㎞의 왕복 4차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간 중 1865m 길이의 대저대교도 포함되어 있다.
부산시는 “대저대교 도로건설공사 기존 노선 내용의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다음달 초 낙동강유역환경청(환경청)에 낼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 1월 제출한 기존 노선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견줘 다리 높이를 다소 낮췄고, 대저생태공원 강 건너에 있는 삼락생태공원 등지에 생태습지 등 새로운 먹이터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시는 본안 심사가 올해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르면 내년 5월 대저대교 착공에 들어가 2029년에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대저대교는 2026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철새 핵심 서식처 파괴 등 환경 파괴 논란과 2019년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작성 사실이 수사로 드러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했던 용역업체는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시는 2020년 환경청, 환경단체와 3자 협약을 맺어 겨울 철새 공동조사에 나섰다. 환경청은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를 우회하는 4개 대안 노선을 제시했지만, 시는 “도로망 구축 실익이 없고 기존 노선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며 거부했다. 시는 지난 1월 환경청에 기존 노선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어 원안대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다. 시가 내놓은 ‘낙동강 횡단 교통량이 2020년 57만여대에서 2025년 73만여대로 늘어날 수 있어 교통 대란이 발생한다’는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쪽은 “7개 다리 교통량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53만5208대, 2020년 52만8677대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를 비롯한 겨울 철새의 서식처가 있는 핵심 지역을 관통하는 사업 계획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 훼손, 자연 생태계의 현저한 변화,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은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관련 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시는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다. 감사 청구와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교통량은 향후 개발계획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뒤 명확한 자료를 근거로 예측치를 산출하는 것으로, 시가 임의대로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법이 정한 지침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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