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돌연 콜롬비아 어학연수 떠났던 이유 “40대 여배우 방향성 고민”[EN:인터뷰②]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엄지원이 돌연 콜롬비아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사연을 공개했다.
2002년 MBC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한 엄지원은 올해 데뷔 21주년을 맞이했다. 최근 영화 '조작'(2017), MBC 드라마 '봄이 오나 봄'(2019), tvN 드라마 '방법'(2020), tvN '산후조리원'(2020), tvN '작은 아씨들'(2022), tvN 단막극 'O'PENing(오프닝) 2023-여름감기'(2023) 등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해 '작은 아씨들'에서 악역 원상아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남몰래 슬럼프도 겪었다. 엄지원은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법'을 만나기 직전 해에 40대 여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힘든 것도 있지만 성장하는 것도 있다. 성장이 성공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갖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엄지원은 "저희 직업이라는 게 러브콜이 들어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럴 때 난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하나 그런 근본적 고민을 하기도 했다. 역할 크기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주연에서 조연으로 내려갈 때 그런 부분을 약간 아프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역할 크기보다 종류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배우로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때 3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조용히 갔다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물론 은퇴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대비를 해야 한다 싶어서 갔다. 큰 목표를 갔던 건 아니었고 콜롬비아에 3개월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게 끝날 때쯤 '방법' 제안이 왔다. 너무 감사하게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돌아와서 작품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법' 때는 작품이 힘들었다기보다 캐릭터 자체가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되게 힘들었어요. 근데 그때 또 마침 '산후조리원' 제안이 들어왔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되게 좋아하기도 하고 연기에 자신이라는 표현을 쓰기 좀 그렇지만 제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장르이거든요. 밝지만 여자로서 제 생활, 실제적 고민과 많이 닿아 있는 캐릭터와 작품이라 연기할 수 있어 되게 좋았다. 얼마 전 손숙 선생님 연극하셔서 '산후조리원' 배우들과 같이 가서 보고 왔어요. '산후조리원'에서 제 엄마로 나오셨거든요."
어느덧 22년 차에 접어든 엄지원은 적지 않은 책임감을 안고 자신에게 주어진 작품과 캐릭터에 임하고 있다. 엄지원은 "흥행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출연을 결정할 때 신중하다. 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열심히 준비도 계획도 하지만 사실 뭐가 잘될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라고 밝혔다.
엄지원은 작품 외 개인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엄지원은 "유튜브가 저한테 참 힘들다. 회사와 전혀 상관없이 유튜브는 혼자 하고 있다. 제가 편집자가 돼 제가 하고 있다. 이런 걸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가 냈을 때 회사 분들은 적극 찬성해 줬다. 이런 거 해 봐도 좋겠다고"라고 말했다.
엄지원은 "내가 예능도 잘 나가는 편이 아니고 사생활을 잘 오픈하는 편도 아니다. 배우를 오래 했는데 내 작품을 보지 않은 분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취향이 아닌 작품을 하면 아예 그분들과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더라. 일상을 공유하는 건 취향이 아닌 작품이라 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제 인생의 순간, 아카이브라고 생각했다. 연기로 날 보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친근한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성격상 일을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편인 것 같다. 누가 찍어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찍어야 하니까 계속 찍고 그걸 클라우드에 올리고 주제를 잡고 자막을 생각해 넣는 게 생각보다 되게 일이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렇다고 엄청난 수익 창출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편집자에게 내가 월급도 주고 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싶을 때도 있지만 한 번 하면 계속 무던하게 하는 편이다. 내가 안 한다고 하면 편집자는 실직이 되는 거니까 그냥 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 유튜브 소속사를 들어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있지만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 촬영도 휴대전화로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지원은 8월 11일 첫 공개된 티빙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 출연 중이다.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며 겪는 내면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다.
극 중 엄지원은 마켓하우스 실세이자 기획팀 실장 최지원으로서 호연을 펼치고 있다. 최지원은 과거 일련의 상처들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냉혈한 캐릭터. 엄지원은 최지원이라는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티빙)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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