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인턴’ 엄지원 “‘작은아씨들’과 동시 촬영…라미란 믿었죠”[EN:인터뷰①]
[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엄지원이 배우 라미란과 함께 오피스물 연기를 펼친 소회를 밝혔다.
8월 11일 첫 공개된 티빙 드라마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며 겪는 내면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스엔과 만난 엄지원은 "항상 작품 끝나면 바로 여행을 가는 게 루틴이다. 마침 코로나가 괜찮아졌을 때여서 촬영 끝나고 바로 여행을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촬영 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엄지원은 "사실 '작은 아씨들'과 '잔혹한 인턴'을 같이 찍었다. 하루는 '작은 아씨들'을 찍고 하루는 '잔혹한 인턴'을 찍고, 오전에는 '작은 아씨들'을 찍고 오후에는 '잔혹한 인턴'을 찍고 그랬다"며 웃었다.
엄지원은 극 중 마켓하우스 실세이자 기획팀 실장 최지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지원은 과거 일련의 상처들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냉혈한 캐릭터. 여유롭게만 보이지만 내면에서 벌어지는 격동으로 인해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인물이다. 엄지원은 이 같은 특징을 지극히 사회화된 눈빛과 어조만으로 실감 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엄지원은 최지원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했을까. 그는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일만 하는 여자들도 있지 않나. 그걸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고 지원이는 약간 그런 여자라고 생각한다. 썸남이라고 할 수도 없는, 원나잇을 한 남자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지원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날의 지원은 아버지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고, 못한 건 아니지만 가지 않고 회사 일 때문에 상사의 장례식장 빈소를 지키다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낀 날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최지원처럼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자라는 게 완벽을 추구한다는 거지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 마음은 그렇다. 늘 되게 많이 준비하고 잘하고 싶고. 항상 마음은 그렇지만 당연히 안 그런 순간들도 있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엄지원은 "지원이가 안쓰러우면서 공감이 되더라. 일에 집중하다 보면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 있고 일과 나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에너지는 남았는데 만날 사람이 없고 공허한 상황도 있었다. 그럴 때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하고. 사회에서 업무를 잘하기 위해 지원이가 하는 여러 노력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아 그런 부분들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암이 있는 사람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룩 뒤에 항상 쓸쓸함이 있었고 그런 부분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오피스물이어서 오피스룩에도 신경을 많이 쓴 건 사실이다. 사실 내가 모든 캐릭터를 할 때 항상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다만 의상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을 할 때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을 되게 많이 쓴 거다. '방법'을 할 때도, 기자를 연기할 때도 보이지 않는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도 하지만 어쨌든 스타일리스트라는 전문 직업군이 있으니까 협업을 한다. 대본을 읽고 이 인물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외형도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덧붙였다.
현실적 느낌을 내려고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는 물음에 엄지원은 "회사 경험이 없으니까 실장이 높은지, 부장이 높은지 등 직함의 개념이 없었을 정도로 무지한 존재였다. 수많은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 봤을 때 현실적인 느낌이 나도록 지원이를 연기할 때 그 부분을 제일 많이 신경 썼다. 친구들도 대부분 프리랜서들이라 직장 다니는 친구가 귀하다"고 답했다.
과거의 최지원과 현재의 최지원은 다른 인물처럼 보일 정도로 상반된 캐릭터였다. 최지원은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과거의 지원을 순하고 나이브하게 잡고, 현재의 지원은 일에서 잔뼈 굵은 느낌으로 잡았다. 첫 방송을 하기 전에 4부까지 감독님과 배우들끼리 얼마 전에 시사를 했다. 보다 보니까 재밌어 6부까지 봤다. 과거의 지원이 나올 때 (이)종혁 오빠가 '이거 옛날에 네가 매일 하던 거잖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유 저건 눈 감고도 하지'라고 했다. 과거의 지원은 예전에 했던 착한 여자의 롤과 비슷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웠다. 과거의 지원을 표현, 구현할 때는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편안하게 왔다 갔다 하며 재밌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엄지원은 지난해 방영된 tvN '작은 아씨들'에 이어 두 번 연속 강렬한 캐릭터를 맡은 것에 대해 "의도를 갖고 캐릭터를 선택하기는 하지만 제가 안 해 봤던 걸 선택하는 편이긴 한 것 같다. 굳이 과거로 거슬러 따지면 사람들이 '경성학교' 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건 악역으로 접근했던 게 아니라 그 시대상이 좋았고, 그 시대에 있는 여자를 연기하고 싶었다. 굳이 따지면 굉장한 악역이 아니었다. 그동안 악역을 안 해 봤고,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안 해 봤던 것보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지원이 같은 경우 악역이라 해 보고 싶다기보다 항상 오피스물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며 "그간 해비한(무거운) 걸 했으니까 좀 가벼운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영화를 주로 해 왔지만 드라마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좀 더 다양하게 그려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캐릭터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돼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지원이가 저한테도 들어왔고, 지원이가 현재의 저와도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 직장 생활을 해 보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로서 제 프로젝트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오피스물이지만 심각한 게 아니라 좀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그때 심리적으로 괜찮을 거라 생각했죠."
고해라를 바라보는 최지원의 눈빛과 감정은 복잡다단했다. 엄지원은 최지원과 고해라의 관계에 대해 "대본에 워낙 선명하게 표현돼 있기도 했다. 사실 지원의 감정은 복잡하지만 보시는 분들이 좀 더 명확하게 전달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좀 더 선명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의 지원은 해라를 약간 부리는 상대, 내가 일을 시키는 위치였다"며 "지원이가 해라에게 하는 대사 중 처음에는 이런 것들은 너무 옛날 일이 아닌가 싶었고, 감독님께 '요즘에도 회사에서 이런 말을 진짜 한다고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더라"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엄지원은 "사실 김인권 배우님도 전작 '방법'에서 만났던 배우고 (이)종혁, (라)미란 배우님도 전작에서 같이 한 적이 있다. 다들 친분이 좀 있어 익숙하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사실 종혁 오빠는 현장에서 한 번도 못 만났다. 저희는 오피스에 있고 오빠는 거의 집에서 촬영했다. 제 촬영이 끝나고 근처에 오빠 촬영이 있었어서 그래도 같이 작품을 한 거니까 한 번쯤은 봐야겠다고 싶어 기다렸다가 얼굴 한 번 보고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신에서 합을 맞춘 상대역 라미란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드러냈다. 라미란과의 협업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소원' 이후 꼭 10년 만이다. 엄지원은 "전작에서도 같이 연기했고 그때 되게 좋았다. 이번 작품도 양대척에 있는 인물이지만 해라 역할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였다. 이야기를 따로 나눈 건 없고 각자 생각했던 걸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가서 동선을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선 안에서 움직이며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걸 짤 때 재밌다. (라)미란 언니도 워낙 연기를 오래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동선 정도를 정리한 적은 있지만 서로 회의를 할 만큼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엄지원은 '잔혹한 인턴' 남은 6화 관전 포인트에 대해 "회사에서 을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게 후반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티빙)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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