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보수정권 색깔론 지긋지긋' 정율성 공원 광주시민에게 맡겨라

광주CBS 조시영 기자 2023.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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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로서의 업적은 무시한 채
중국공산당 활동 전력 확대 해석해 색깔론 제기
보수정권 총선 앞두고 보수 결집 광주 때리기 '또'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28일 오후 광주 남구에 조성된 정율성로 방명록에 반대 글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꼽히는 정율성 선생의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광주광역시와 정부 부처 사이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보수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광주를 색깔론으로 때리는 행위가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조성 계획을 발표한 정율성 역사공원.

4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내년 4월 공원 조성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정율성 선생의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점을 문제삼으며 '사업 철회'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지난주 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공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강기정 시장은 이날 광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역사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면서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우호 사업인 만큼 광주시가 책임지고 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 연합뉴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면서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으로, 서울올림픽 평화대회 추진위원회에서 정율성 선생의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지난 1993년 한중수교 1주년 기념으로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선생의 곡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이날 전남 순천을 방문해 장관직을 걸고 '정율성 역사공원'을 저지하겠다고 밝혀 정율성을 둘러싼 색깔 논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등장했다.

과거 오랜기간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지속돼 왔다.

노태우, 김영삼,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시기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을 기념해 정율성 선생의 미공개 소장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지난 30년 동안 정율성 선생은 국익을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사)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 강원구 회장과 정찬구 이사장도 성명을 통해 "수십년 동안 진행된 기념사업을 하루 아침에 중단하는 것은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다"며 "일제강점기 고난을 겪은 인물인 정율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는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먼저 광주에 온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하다가 정율성을 발견하게 됐다"며 "정율성 선생은 중국에서 3대 음악가로 성장해 중국 100인 영웅 칭호를 받았고 이는 한국과 중국의 교류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느닷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을 위한 광주 때리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정율성 선생의 항일운동의 업적은 완전히 무시하고 공산당 전력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극우 메카시즘 시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일제 식민지와 광복, 한국전쟁을 겪은 아픈 역사 속에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좌우로 나누는 색깔론은 국민들을 분열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정율성 선생의 일대기를 종합해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공산당 활동 전력만을 갖고 북한 인민군의 앞잡이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면서 "광주를 색깔론으로 고립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총선 전략이라면 정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낡은 전략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원장은 "김원봉 의열단 단장을 기리는 밀양시 의열기념공원은 괜찮고, 정율성을 기리는 광주는 안된다는 것은 결국 광주를 대상으로 정치적인 공세를 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율성 공원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은 당장 멈춰야 한다.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치는 이런 시대 착오적인 논쟁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대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5·18 색깔론으로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냈던 광주다. 더 이상 색깔론은 안되며 정부는 정율성 공원사업을 광주시민에게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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