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메건 캉에게 LPGA 첫승 안긴 고진영의 '흐뭇한 미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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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소수민족의 후예 메건 캉(25·미국)이 LPGA투어 데뷔 8년 만에, 191개 대회 만에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고진영은 연장 첫 홀에서 티샷 실수로 시즌 3승의 꿈이 깨어졌지만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은 메건 캉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메건 캉이 생애 첫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성공하자 고진영은 박수와 함께 그를 힘껏 포옹했다.
세계의 골프팬들도 고진영의 1승 추가보다는 메건 캉의 생애 첫 승을 바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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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라오스 소수민족의 후예 메건 캉(25·미국)이 LPGA투어 데뷔 8년 만에, 191개 대회 만에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고진영은 연장 첫 홀에서 티샷 실수로 시즌 3승의 꿈이 깨어졌지만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은 메건 캉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고진영은 28일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 골프&컨트리클럽(파72·6709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CPKC 여자오픈에서 5타차의 대역전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와 5타차의 3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이날 2타를 잃은 캉과 공동선두로 마쳤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첫 연장에서 고진영이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메건 캉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메건 캉이 생애 첫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성공하자 고진영은 박수와 함께 그를 힘껏 포옹했다. 그가 캉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은 그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그가 1승을 보탠 것보다 자신의 품격을 높였다. 마지막 순간 터져나온 갤러리들의 박수와 환성은 155cm의 선수가 거둔 귀중한 결실과 미스샷을 날려준 톱랭커 고진영에게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고진영에겐 승수를 보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는 일이 간절했지만 그보다는 사선을 넘어 미국에 온 '디아스포라' 후손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는 데 조연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세계의 골프팬들도 고진영의 1승 추가보다는 메건 캉의 생애 첫 승을 바랐을 것이다. 고진영은 이미 시즌 2승으로 통산 15승을 올린 상태. 최근의 부진으로 세계랭킹이 1위에서 4위로 내려앉아 반등의 실마리를 찾던 고진영에겐 메건 캉과의 연장전에서 긍정적 조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고진영은 경기를 마친 뒤 "선두와 큰 타수 차가 나있어 연장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마지막 티샷이 조금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2위로 마친 게 행복하다"며 "최근 경기가 잘 안 풀려 고생했는데 다시 좋은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김세영도 마찬가지다. 우승 경쟁을 벌이다 공동 4위(6언더파 282타)로 마친 김세영은 최근 2연속 컷 탈락 등 부진의 고리를 끊고 '빨간 바지의 마법'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
라오스 소수민족인 몽족 출신인 그의 부모는 베트남 전쟁이 인도차이나반도로 번지자 8~10살 때 라오스를 탈출, 1970년대 초 미국에 정착해 아버지는 '찾아가는 골프코치'와 자동차 정비사로,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 딸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14살 때인 2012년 US여자오픈 예선을 통과하고 주니어골프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15년 LPGA Q시리즈 토너먼트에서 공동 6위로 LPGA 투어카드를 확보, 2016년부터 LPGA투어에서 활동해왔다.
어쩌면 이런 선수에게 귀중한 LPGA투어 첫승을 안긴 화려한 이력의 고진영의 티샷 미스는 생애 가장 흐뭇한 미스샷이 아니었을까. '자비(慈悲) 골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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