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범에 소주·치킨 사주면서" 경찰, 테이저건 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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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주택가 한복판에서 전직 요리사 정모(37) 씨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웠지만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2시간 40분 만에 제압했다.
경찰은 정 씨가 소란을 피울 당시 양손에 들고 있던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흉기를 모두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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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주말 주택가 한복판에서 전직 요리사 정모(37) 씨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웠지만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2시간 40분 만에 제압했다. 설득 과정에서 정 씨 요구대로 소주와 치킨을 사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실제 흉기 난동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총기나 테이저건 등 경찰 물리력을 적극 활용하라고 일선에 지시한 바 있다. 범행 제압을 위해 총기 등을 사용한 경찰관에는 면책규정도 적극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시민은 경찰의 다른 대응을 기대했을 텐데, 저도 개인적으론 공포탄 정도는 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정 씨가) 자해를 시도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없애려다 보니까 2시간 정도 (설득한 것 같다),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했다는데 아무래도 국민 입장에선 불안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이 (진압 장비 사용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법원 판결에 가서 개인적인 불이익을 입는 상황이 된다면 ‘총기는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40㎝ 흉기를 들고 경찰관을 위협한 사람에게 총기를 발사해서 그 사람이 사망했다. 법원에서 또 급박한 위험성이 없었다고, 불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또 “경찰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가족에 의해서 민사소송이 들어오면 1~2억 원짜리가 아니다. 10억 이상 넘어가는 것을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법원에서의 판단 문제다. 경찰 의지 문제하고는 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씨는 지난 26일 오후 7시 26분께부터 오후 10시께까지 은평구 갈현동의 6층짜리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자해하겠다며 경찰을 위협한(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심문을 마치고 나온 정 씨는 오열하며 “금전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 속상해서다. 엄마가 나를 못 믿어서 무속인한테 300만 원을 갖다 줘 너무 속상해서 술을 마시고 풀려 했다”며 “그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소리를 질렀는데 시민이 신고했다. 경찰이 너무 많이 와서 겁에 질려 그랬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 8개에 대해선 “요리사라서 어쩔 수 없이 갖고 다닌다”고 했다. 경찰은 정 씨가 소란을 피울 당시 양손에 들고 있던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흉기를 모두 압수했다.
경찰은 정 씨와 가족 진술로 봤을 때 돈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다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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