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땅거북은 다 어디로 갔을까…연극 '스고파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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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섬 '스고파라갈'에 모여든 일곱 명의 예술가는 섬에 사는 땅거북 '지조'를 발견하고 오래전 한 사업가가 섬을 사들여 땅거북을 모두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갈라파고스 땅거북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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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웰빙 땅거북 요리, 땅거북 박물관, 땅거북 펀드, 땅거북 경주 대회!"
가상의 섬 '스고파라갈'에 모여든 일곱 명의 예술가는 섬에 사는 땅거북 '지조'를 발견하고 오래전 한 사업가가 섬을 사들여 땅거북을 모두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들은 '섬에 땅거북은 쌔고 쌨다'라는 이유로 추진된 수많은 사업들을 나열하며 연신 기발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작 그 많던 땅거북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 땅거북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묻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24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스고파라갈'은 환경 문제를 대하는 인간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는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임성현 연출이 국립극단의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의 일환으로 1년여간 만든 새 작품이다.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삼지만, 스토리와 지명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섬 이름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따왔고, '지조'라는 이름은 핀타섬 땅거북 중 마지막 개체로 꼽혔고 2012년 죽은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를 변형해 지었다.
배우들은 갈라파고스 땅거북이 멸종하게 된 과정을 현실과 허구를 뒤섞어서 들려준다. 시종일관 말장난 같은 대사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해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키가 작은 인물부터 차례차례 목을 쭉 빼고 '그러고 보니…'라고 말하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은 관객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도 다른 배우보다 돋보이기 위해 영어 실력을 뽐내고 성대모사를 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갈라파고스 땅거북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인물들이 멸종 위기 상태에 처한 땅거북을 복원하는 것보다 금전적 이득을 먼저 생각하고, 땅거북이 절멸한 사실을 깨닫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대목에서 관객은 인류의 탐욕이 낳을 결과를 새삼 인식하게 된다.
나아가 자본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인간이 과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스고파라갈'은 결국 모든 것이 끝난 뒤 인간의 멸종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제시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찬 구호보다 당장 행동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태도의 변화를 촉구한다.
관객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 그들이 기후 위기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연출 방식이 흥미롭다. 배우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관객을 위해 '연극에 대한 호평을 남기면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공연은 오는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진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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