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직구가 가짜라고요? 특별한 비밀 있다, 거북이 구속에도 특급 성적 이유 있었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는 비교적 정복된 분야로 뽑힌다. 팔꿈치는 어깨에 비해 조직이 복잡하지 않다. 물론 1년 이상의 장기 재활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기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심지어 두 번을 받고도 멀쩡하게 던지는 선수들이 있다.
흔히 토미존 서저리는 “수술을 받은 뒤 구속이 더 빨라진다”는 통념이 있다. 모든 사례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사례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수술 전 느꼈던 통증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 선수의 심리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준다. 두 번째는 1년 이상 장기 재활하면서 팔꿈치는 물론 다른 신체도 강화시키기 마련이다. 더 건강한 몸에서 더 빠른 공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류현진(36‧토론토) 또한 구속 증가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30대 중반에 받은 두 번째 수술을 감안해도 구속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수술 직전인 2022년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9.3마일(143.7㎞)이었다. 류현진의 최절정기로 기억되는 2019년은 90.7마일(146㎞)이었다.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평균 90마일(144.8㎞) 수준만 회복해도 좋은 투구를 이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다만 결론적으로 아직까지는 그런 구속 증가의 효과가 안 보인다. 류현진은 올해 복귀 후 치른 5경기에서 2019년 수준은커녕 지난해보다도 떨어진 수치를 기록 중이다. 감각을 찾고 몸이 더 풀리면 이 구속이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아니다.
현지에서도 미스터리라고 본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는 “보통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는 구속이 먼저 돌아온다. 그런데 류현진은 커맨드가 먼저 돌아왔다”고 놀라워했다. 다른 투수와는 반대라는 것이다. 류현진은 “구속은 조금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일단 올해는 드라마틱한 구속 상승은 없는 것으로 보는 게 보수적인 관점일 수 있다.
그런데 류현진의 포심을 보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그 전에 던지던 포심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스포츠넷’의 칼럼니스트이나 패널인 아덴 즈웰링은 지난 27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전 선발 등판에 나선 류현진을 두고 흥미로운 분석을 하나 내놨다. 류현진의 포심 궤적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즈웰링은 “싱커 혹은 투심성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결론 내렸다.
즈웰링은 “류현진의 커맨드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류현진은 투구 추적 프로그램에 포심으로 분류된 공을 던지고 있지만 투심과 싱커의 움직임이 있다. 피트 워커(토론토 투수 코치)와 대화를 했는데 그 역시 투심이나 싱커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류현진을 2020년부터 지켜본 워커 코치 역시 류현진의 포심 움직임이 작년과 조금 달라졌다고 본 것이다.
즈웰링은 “이는 (메이저리그) 경력 초기에 그가 겪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에는 적은 비율이지만 싱커를 던졌다. 2013년에는 구사 비율이 15.8%, 2014년에는 경력 최고치인 24.2%를 찍었다. 하지만 즈웰링의 설명대로 어깨 수술 이후에는 구사 비율이 적었고, 2020년 10% 구사를 끝으로 사실상 류현진의 레퍼토리에서는 사라졌다.
싱커는 포심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움직임을 주면서 타자들의 빗맞은 타구나 헛스윙을 유도한다. 보통 좌완의 싱커는 마지막 순간 우타자의 바깥쪽, 좌타자의 몸쪽으로 살짝 휘어 들어간다. 싱커를 잘 이용하는 선수는 보더라인 피칭으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윽박지르며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 류현진의 트래킹 데이터를 보면 그냥 감으로 나오는 소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류현진의 포심 낙폭은 21.3인치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포심의 낙폭이 줄고, 반대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더 커졌다. 예전 던지던 싱커와 지난해 던지던 포심의 중간 정도가 찍힌 것이다.
이를 간파한 ‘스탯캐스트’도 28일부터는 류현진의 구종 분류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포심, 체인지업, 커브, 커터만 잡혔는데 싱커도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류현진의 포심 낙폭은 22.3인치(56.6㎝), 수평 움직임은 12.5인치(31.8㎝)인 것에 비해 싱커는 낙폭 25.3인치(64.2㎝), 수평 움직임은 17인치(43.2㎝)로 확실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잡혔던 포심 중 상당수는 ‘가짜 포심’이었던 셈이다.
즈웰링은 “류현진의 싱커는 우타자로부터 멀어지고, 불리한 상황에서 몸을 사려야 할 때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정말 효과적인 옵션을 제공한다”면서 “그리고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완벽히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는 선수”라며 우타자 상대 옵션이 다양해 졌다고 분석했다. 싱커로 도망가고, 체인지업으로 더 도망가서 떨어지는 패턴이 우타자 바깥쪽 승부를 더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스탯캐스트가 싱커와 포심을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류현진의 포심 평균 구속은 88.5마일(142.4㎞)로 정정됐다. 싱커 평균 구속은 88마일(141.6㎞)이다. 구속 차이는 별로 없지만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 상대 선수들로서는 이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레퍼토리가 됐다. 류현진이 ‘파이브 피치’ 피처로 다시 돌아왔다. 어쩌면 향후 싱커의 비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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