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

박광연 기자 2023. 8. 2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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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절 맞아 군 해군사령부 방문
김정은, 한·미·일 정상회의 비난
처음으로 남한 “대한민국” 지칭
해군에도 ‘전술핵’ 실전배치 시사
딸 김주애 등장···박정천 “군 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28일 북한의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지난 5월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현지 지도 이후 100여일 만이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한·미·일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들”이라고 비난했다. 해군에 전술핵 실전 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겨냥한 해상 핵 위협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해군절을 맞아 군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해군 작전지휘소를 방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지난 24일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실패 이후 첫 공개 행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제는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주변 수역에 핵전략 장비들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증강전개하는 한편 우리 주변 해역에서 추종 세력들과의 합동 해상군사연습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의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것도 처음이다. 그간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강순남 국방상이 남측을 비난하며 ‘대한민국’ 표현을 썼다. 북한 최고지도자까지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로 바라보는 거리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일에 전가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무모한 대결 책동으로 말미암아 지금 조선반도 수역은 세계 최대의 전쟁장비 집결 수역,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 위험 수역으로 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 해군이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다하여 상시적으로 임전 태세를 유지하며 유사시 적들의 전쟁 의지를 파탄시키고 최고사령부의 군사전략을 관철할 수 있게 준비될 것을 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전쟁준비 태세 강화를 해군에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해군에 전술핵을 실전 배치한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 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술핵은 주로 남한을 겨냥한 핵무기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또 “현대전에서 해군은 각이한 타격수단들과 지어 국가의 핵 억제력까지도 장비하고 운용하는 종합적인 전력”이라며 “해군의 역할의 중요성, 특히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하여 앞으로는 육, 해, 공군이 해, 육, 공군이라고 불리워지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라고 해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시각각으로 더욱 엄중해지는 미제 침략군과 그 추종 군대들의 핵전쟁 도발 준동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게 전투 능력을 비상히 증대시키는 원칙에서 실전에 최대한 접근한 실동 훈련들을 부단히 다양하면서도 목적성이 강하게 조직 실행해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명식 해군사령관 안내를 받으며 해군 작전지휘소를 방문해 해군의 작전 상황을 보고 받았다. 김 위원장이 “그 어떤 불의의 무력충돌 사태와 전쟁에서도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선제적이고 단호한 공세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 구축하기 위한 주체적 해군 작전전술적 방침들을 제시하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은 한·미·일 정상회의로 준군사동맹 수준까지 강화된 세 나라 안보협력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UFS를 겨냥해 해상 핵무기 위협을 과시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미 UFS에 대응해 북측도 “전쟁 준비”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음을 내비치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해군절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남한 지형을 형상화한 입체 구조물을 바라보는 사진이 공개된 것도 유사한 취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하며 함상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딸 김주애가 해군사령부 방문에 동행했다. 김주애가 공식매체 보도에 등장한 것은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사업 현지지도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강 국방상이 동행했다.

지난해 12월 해임됐다가 최근 재등장하고 있는 박 전 부위원장에 대해 신문은 “조선인민군 원수”라고 소개하며 군 주요 보직으로 복귀했음을 확인했다. 박 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마련한 해군절 경축 연회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 김여정 부부장, 최선희 외무상 등도 연회에 참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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