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제자 위해 두 팔 걷었다"…박찬욱은 '콘유'→봉준호는 '잠'..거장 스승의 내리사랑

조지영 2023. 8. 2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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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거장 감독들의 제자를 향한 남다른 내리사랑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봉준호 감독은 신예 유재선 감독의 '잠'에 발로 뛰는 지원사격에 나서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2013년 연출한 독립영화 '잉투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엄태화 감독은 곧바로 첫 상업영화 '가려진 시간'(16)으로 충무로에 안착, 이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7년 만에 컴백했다. 배우 엄태구의 친형으로 알려진 엄태화 감독은 충무로 대표 영화인 형제인 '류승완-류승범' 형제를 이을 루키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 아래서 영화를 배운 '박찬욱 키드'로 알려지면서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04) '친절한 금자씨'(05) '파란만장'(10) 등에서 조연출과 연출부로 활약하면서 스승 박찬욱 감독의 연출 기법을 배웠다. 이런 영향으로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수직적 구도부터 섬세한 영상미, 노골적이지 않는 폭력묘사, 디테일한 상징과 복선 등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며 '박찬욱 키드'다운 미장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엄태화 감독은 진지한 상황 속 유머를 가미한 장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 또한 이러한 애제자 엄태화 감독의 활약에 두 팔을 걷고 특급 서포트에 나서며 흥행을 도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개봉 첫 주였던 지난 4일 제자와 함게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하며 제자의 연출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각본도 읽었고 가편집본도 봤다. 다 아는 내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가 정통파 같은 태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봐도 재밌다. 트릭이나 잔재주를 부리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만드는 태도가 순수하고 담백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이어 "이만큼 성숙되고, 아까 언급한 것처럼 잔재주, 기교, 멋 부리고 허세 없는, 정말 교과서적으로 정석대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태다"며 "상상력은 활발하고, 어떤 극단에 가하려는 그런 대담함도 잃지 않고 있는 이 감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황에서 이런 좋은 감독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국인으로서 생긴다. 많은 응원 바란다"고 애제자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지지를 보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또 다른 한국 거장 감독인 봉준호 감독은 신예 유재선 감독의 '잠'에 지지를 보냈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17) 연출팀으로 실력을 쌓은 대표적인 '봉준호 키드'다. 유재선 감독은 2014년 단편 '영상편지', 2018년 단편 '부탁'을 거쳐 올해 '잠'으로 충무로에 입봉했고 봉준호 감독의 제자 답게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유재석 감독 역시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스토리, 그리고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 등 스승 봉준호 감독의 연출에 영향을 받은 연출 스타일로 데뷔작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중. 봉준호 감독은 앞서 '잠' 캐스팅 당시 주연을 맡은 정유미, 이선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유재선 감독을 추천, 캐스팅을 물심양면 돕기도 했다. 여기에 제자의 첫 영화에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는 감상평을 더하며 예비 관객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감상평에 그치지 않고 유재선 감독과 함께 지난 26일 '잠' GV를 개최, 내리사랑을 실천했다. 특히 이번 GV에서 봉준호 감독은 주인공의 자리를 유재선 감독과 배우 이선균에게 넘김과 동시에 자신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GV 전반을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도 읽었고 편집본도 봤기 때문에 스토리와 전개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분 내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며 "스토리와 배우들의 힘으로 94분을 숨 막히게 끌고 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영화적 힘 자체가 빛나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너무 반갑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 신인 감독이 데뷔할 때 여러 허들과 많은 어려움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작지만 단단한, 보석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응원을 보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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