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령탑 잔혹사', 감독 7명 연속 중도하차→3연속 시즌 중 결별... 서튼마저 못 피했다

양정웅 기자 2023. 8.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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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양상문-허문회-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왼쪽부터). /사진=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2010년대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감독 잔혹사에 시달리고 있다. 계약 기간을 제대로 채운 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시즌 중 경질도 잦다.

롯데는 28일 "래리 서튼 감독이 27일 사직 KT전 후 건강상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했다"며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29일 대전 한화전부터 이종운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체제로 잔여 시즌을 이어 나간다.

선수 시절 KBO 리그에서 홈런왕(2005년)까지 차지했던 서튼 전 감독은 미국 마이너리그 지도자 생활을 거쳐 2020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2군 감독으로 한국 무대에 복귀했다. 이어 2021년 5월에는 시즌 도중 경질된 허문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의 1군 사령탑에 부임했다. 팀의 혼란 속에서도 2021시즌 후반기 승률 0.542(32승 27패 7무)로 팀을 잘 추스른 서튼 감독은 그해 말 2023년까지 연장계약을 맺으며 구단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4월을 2위로 마치고도 추락을 거듭하며 8위(승률 0.457)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이어 올해는 구단에서 포수 유강남(31)과 유격수 노진혁(34), 투수 한현희(30)를 영입하며 든든한 선물을 받았다. 이에 6월 초까지 선두 싸움을 이어나가며 3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6월 이후 루징시리즈를 거듭하며 순위가 내려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5할 승률이 깨진 롯데는 후반기에도 반등하지 못했고, 28일 기준 시즌 승률 0.463(50승 58패)으로 7위에 위치하고 있다.

팀의 하락세 속에 서튼 전 감독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월 들어 두 차례(17일 사직 SSG전, 27일 사직 KT전)나 건강 문제로 경기에 결장한 일이 일어났다. 병원 검진까지 거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서튼 전 감독은 27일 경기 종료 후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롯데와 동행을 끝냈다.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
혼란의 롯데, 4년 사이 3번이나 시즌 중 감독 결별
양상문 전 롯데 감독.
이번 서튼 전 감독의 사임으로 롯데는 최근 4년 사이 3번이나 시즌 도중 감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앞서 지난 2019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부임한 양상문 전 감독이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롯데는 남은 시즌을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보낸 뒤, 당시 키움 히어로즈의 수석코치였던 허문회 전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허 전 감독은 프런트와 불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어려운 출발을 보였다. 결국 롯데는 2021년 5월 허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당시 한 구단 관계자는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전임 감독 사례와는 다르다. 현장과 프런트의 불화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외부로 나왔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자진 사퇴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허문회 전 롯데 감독.
롯데 역사상 감독 3명이 연달아 시즌 도중 물러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1998년 김용희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후임 김명성 감독이 시즌 도중 사망하면서 공석이 생겼다. 이후 2002년 우용득 감독, 2003년 백인천 감독까지 4명 연속 시즌 도중 지휘봉을 놓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KBO에서 이렇듯 연달아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나는 일은 흔치 않다. 한화 이글스가 2017년부터 김성근-한용덕(2020년)-카를로스 수베로(2023년) 감독이 시즌 도중 자리에서 이탈했지만, 이들은 모두 3번째 시즌에서야 본인 혹은 구단이 결단을 내린 사례다.
로이스터 이후 롯데 감독 7명, 모두 계약기간 못 채웠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사진=뉴스1
최근 사례 외에도 롯데는 2010년대 들어 계약기간 도중 감독이 물러나는 일이 잦다. 201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재계약 불가'라는 형태로 결별한 이후, 롯데 감독석에 앉은 7명은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첫 출발은 2011년과 2012년 팀을 플레이오프에 팀을 진출시킨 양승호 감독이었다. 그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 후 2012시즌 종료와 함께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이어 3년 계약을 맺은 김시진 감독도 2번째 시즌인 2014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 부임한 이종운 감독은 아예 한 시즌 만에 경질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조원우 감독이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며 3년 재계약을 받아냈지만, 2018시즌 종료 후 전격 경질됐다. 이후 부임한 세 명의 감독(양상문, 허문회, 서튼)은 모두 시즌 도중 결별했다.

물론 이번 서튼 감독의 사례는 구단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본인의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하지만 이런 이유와는 별개로 현장 리더십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8년 만에 감독석 복귀' 이종운 대행, 혼란한 팀 수습할 수 있을까
자진사퇴를 선택한 서튼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을 이종운 수석코치는 8년 만에 롯데 감독석에 다시 앉게 됐다. 2015년 롯데 감독에 부임한 이 대행은 시즌 승률 0.462(66승 77패 1무)의 성적으로 10개 구단 중 8위에 위치했다.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짐 아두치의 외국인 3인방의 활약 속에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했지만 결국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고, 그해 10월 경질되고 말았다.

이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2군 감독을 역임한 이 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2군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후 6월 말 코치진 개편으로 1군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던 그는 약 2개월 만에 잔여시즌 감독대행 자리에 올랐다.

1군 감독으로 한 시즌을 경험해봤다는 것은 이 대행의 장점이다. 비록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순위 경쟁을 했다는 자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워낙 어려운 시기라서 본인도 당연히 부담되겠지만, 나름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28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KIA 타이거즈와 5경기 차로 벌어진 상황이다. 한때 승패 마진 +11(6월 3일 기준)까지 올랐던 롯데는 2개월 만에 -8까지 떨어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대행은 경질 후 8년 만에 잡은 지휘봉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 /사진=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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