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아침' 한센-뢰베 감독 "제 영화 중 가장 자전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미아 한센-뢰베(42) 감독의 영화들엔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그의 첫 작품 '모두 용서했습니다'(2007)는 삼촌과 조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고, '다가오는 것들'(2016)엔 철학자인 어머니의 삶이 투영돼 있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신작 '어느 멋진 아침'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산드라(레아 세두 분)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기억을 상실해가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를 돌보면서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센-뢰베 감독이 이 영화의 각본을 쓰던 무렵 그의 아버지도 투병 중이었다.
한센-뢰베 감독은 28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어느 멋진 아침'이 "(전작들보다) 가장 직접적으로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각본을 쓸 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그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게오르그는 병세가 악화하면서 요양원을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 영화 속 요양원들은 한센-뢰베 감독의 아버지가 실제로 입원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는 "장소를 잘 알고 있어서 편안히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센-뢰베 감독이 자전적 스토리텔링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게 영화를 만든다는 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진실을 추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의 자기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된 데는 철학자인 부모의 영향도 받았다.
그는 "부모님은 두 분 다 무신론자였다"며 "그래서 '우리가 왜 이곳에 존재하느냐'라는 질문도 훨씬 중요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주는 종교를 믿지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주체적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적 자세를 가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어느 멋진 아침'의 주인공 산드라는 아버지의 상실을 앞두고 있지만, 클레망과의 사랑으로 삶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한센-뢰베 감독은 "상실과 사랑을 주인공이 동시에 겪는다"며 이 또한 전작들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작들은 대체로 어느 한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산드라 역의 레아 세두는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연기를 펼친다.
그는 '프랑스'(2022)에서 기다란 금발로 나오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에선 파란색으로 물들인 헤어스타일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머리를 짧게 자른 수수한 느낌이다.
한센-뢰베 감독은 의도적으로 세두의 모습을 과거 작품과는 달리 연출했다며 "(기존 작품의 세두는) 화려하고 세련되며 여성미 넘치는, 남성이 바라보는 대상이지만, 이번엔 세두가 세상을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꾸밈없고 수수한 차림을 하도록 함으로써 그가 가진 내면에 좀 더 접근할 수 있겠다고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센-뢰베 감독의 작품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상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산드라가 가족과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과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한센-뢰베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인상주의적 방법'을 쓴다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만큼 일상의 순간이나 계절의 변화 같은 걸 포착하는 장면들이 있다"고 말했다.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이번 작품도 35㎜ 필름으로 찍어 옛 영화의 질감을 살린 아름다운 미장센을 구축했다.
롱테이크가 많아 불가피하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5)을 제외하면 한센-뢰베 감독의 작품은 모두 필름으로 촬영됐다.
그는 "필름 촬영이 편하게 느껴진다"며 "현실을 필름이라는 유형의 물건 안에 집어넣는다는 느낌도 필름 촬영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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