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제안 정책 장 보듯 평가’, 한 지자체의 흥미로운 실험
공연·전시 관람하고 주민 제안 정책도 즐기며 평가
지방자치 발전에 시민 참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제 조건이지만 아직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의 한 자치단체가 이런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주민 참여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흥미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시민이 제안한 정책 평가를 ‘마켓’이라는 평소 친숙한 일상과 접목했고, 여기에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더해졌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지하 1층 다목적실. 시민들이 제안한 정책을 홍보하는 부스 30개가 설치돼 있었고, 제안자들은 각자의 부스 앞에서 취지 등을 설명했다.
의정부시 산하 의정부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정책 마켓’ 행사장이다.
방문한 시민에게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장바구니와 ‘정책마켓 상품권’ 10장을 무료로 나눠줬다. 물론 이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상품권이다.
시민들은 30개의 정책 ‘판매대’를 돌며 시정에 반영됐으면 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부스마다 각각 다른 채소나 과일 모양에 1~30번 번호가 표시된 가상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으면 ‘구매 결정’이 되는 방식이다. 정책 설명을 꼼꼼하게 들으면 스티커가 주어지고, 이는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행운으로 이어진다.
정책 아이디어 ‘값’은 1개에 상품권 1장. ‘쇼핑’을 마치면 계산대에서 그에 해당하는 요금을 상품권으로 지불해야 한다. 시민 한 명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최대 10개로 제한된 셈이다.
판매 실적이 좋은 정책은 오는 9~10월 중에 의정부시·시의회·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치 워크숍’에서 실제 시정 반영을 놓고 논의할 후보 정책이 된다.
이날 준비된 30개의 시민 아이디어는 지난 4월부터 매주 1회 진행되는 의정부 문화자치학교 학생들과 지난 7월 실시한 시민 공모전을 통해 최종 결정됐다.
정책 부스는 시민들이 원하는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환경·평화, 예술·문화, 안전·세대 지원, 공간·거리 분야로 나눠 배치됐다. 제안자는 어르신·주부·회사원·자영업자·학생 등 다양했다.
‘공공형 어울림 청년 셰어하우스’ 조성을 제안한 시민 주지희씨는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민락동)“지방자치 시대에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제안된 시민 정책을 둘러보니 왜 참여가 중요한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 마켓은 이틀 동안 이어진 ‘제1회 문화도시 정책페스타’의 한 프로그램이다. 이 축제에서는 10대들의 아이디어 발표장인 ‘청소년 도시 메이커스’ 경연대회도 열렸다. 또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페어와 예술단체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
소홍삼 의정부 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시민들이 정책 제안과 평가에 즐겁게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참여 확산을 위해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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