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이 구하는 세상…강풀, 500억 대작 '무빙' 성공기[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지!" 한 축구 선수의 20대 치기가 만들어낸 유행어가 현실이 됐다. '답답해서' 뛴 건 아니지만, 원작자가 직접 대본까지 쓰며 작품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충실히 구현해 낸 디즈니+ '무빙'이 방송계에서 일을 내고 있다.
디즈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2015년 연재한 동명의 인기 원작을 토대로 대본을 써 탄생시킨 드라마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때 강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연이어 실패하는 징크스를 겪기도 했다.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 등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가 연이어 관객을 만났지만, 체면 치레를 겨우 한 '이웃사람', '26년'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뼈아픈 실패를 겪고 강풀 작가가 이번에는 직접 펜을 잡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영화화 당시에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강풀 작가가 대본 집필, 캐스팅 등 드라마 제작의 전반에 뛰어들었다. 대본 형태를 처음 써보는 만큼 스크립트와 책, 그 어딘가에 머무는 거친 대본이 완성됐다. 본인은 "형편 없었다"고 회상하지만, 실사화를 시작하며 원작자의 의견을 묻는 과정 속, 우연한 기회에 대본 집필 제안을 받고 시작한 드라마는 강풀의 애정과 원작자다운 치밀한 계산까지 담아 성공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강풀은 "'무빙' (대본)에 대해 욕심을 가졌던 건 만화는 덜어내는 부분이 많다. 만약 매주 월, 목 마감을 한다고 하면 그 날짜를 맞추기 위해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는 아무리 여백을 채운다고 해도 캐릭터가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도 마감에 쫓겨 못 하는 부분도 있었다. 드라마화를 하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만화는 반응을 보지 않지만, 드라마는 반응을 보게 된 것도 만화는 저 혼자 망하면 그만인데 이건 너무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거니까 자세가 달라지더라"라고 했다.
원작자로서 드라마화를 하며 가장 중점에 둔 것은 역시 '재미'다. 그는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는데 시대가 많이 변화하는 걸 느낀다. 점점 사람들은 '서사'를 보지 않고 릴스, 숏폼을 보는 구조가 됐다. 줄거리와 스토리는 다르고, 개인의 서사도 다른데 이 서사가 제게는 너무 중요했다. 사건은 소재라 누구나 쓸 수 있는데 서사는 다르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인물인데 전 인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고, 그걸 어떻게든 끌고 갈 수 있는 건 재미다. 아무리 많은 의미를 넣으려고 해도 사람들은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는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과 대중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맞춰가는 게 어려웠다"라고 의미를 잡기 위해 재미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무빙'에는 원작에는 나오지 않은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도 다수 등장한다. 전기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번개맨' 전계도가 그렇다. 극 중에서 전계도는 강풀 원작의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강풀의 '페르소나'나 마찬가지가 된 차태현이 맡았다.
류승범이 연기한 빌런 프랭크 역시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강풀은 "전계도, 프랭크는 드라마를 위해 급조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후에 그리겠다고 하고 못 그리고 있는 '히든'에 나올 인물"이라며 "특히 저는 전계도에 대한 애정이 강한데 이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자랄까 생각을 해봤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간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지금 세대의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계도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고 뒤에도 계속 나온다"라고 예고했다.
전계도, 프랭크 등 이미 맹활약 중인 인물 외에도 앞으로도 '무빙'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더 등장할 예정이다. 강풀은 "14회 이후에도 한 명의 인물이 더 추가된다. 의외의 인물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 팀 서사를 보니 빌런들과 대결이 균형이 안 맞더라. 드라마의 강력한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올 것"이라고 해 '무빙'에 출격할 새로운 배우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강풀은 대본 집필 뿐만 아니라 캐스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전계도 역의 차태현, 프랭크 역의 류승범을 비롯해 김성균, 박희순, 문성근 등은 강풀이 직접 전화를 돌려 캐스팅한 주인공들이다. 강풀은 이같은 '직접 캐스팅'에 대해 "몰라서 가능했다"라고 껄껄 웃었다.
원작자의 물불 가리지 않는 노력은 영화, 드라마의 주연으로 혼자서도 한 작품을 거뜬히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을 '무빙'이라는 이름 아래 모이게 했다. 조인성, 한효주를 비롯해 류승룡, 차태현, 김희원, 박희순, 박병은에, 약 2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류승범까지, 라인업만으로도 '휘황찬란' 그 자체다.
강풀은 "11화까지 나온 상황에서 가장 고마운 배우는 역시 류승범"이라고 밝혔다. 류승범의 형 류승완 감독과 이른바 '동네 절친'인 그는 프랭크라는 새로운 인물을 준비하며 "류승범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류 감독을 찾아가 "동생과 영상통화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강풀은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고 있던 류승범을 '원격 캐스팅' 하기에 이르렀고, 일주일간 고민하던 류승범은 '쿨'하게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풀은 "우리 배우들이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잘해줬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해줬다. 어디 가서 주연할 스타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혼자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 사람들이 괜히 이렇게 된 게 아니구나' 싶더라. 핀이 나가 있을 때도 배경이 돼줬다. 이렇게 대단한 분들을 모아놓으니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도 앞부분의 긴장감을 류승범이 해줘서 고마웠다"라며 "일단 모두에게 고맙다. 매 장면마다 아쉬운 게 없다. 저도 객관성을 잃더라. 요즘 말로 이런 작품을 '떼주물'이라고 하던데, 멀티 주연 작품을 한사람 한사람이 다 역할을 해주니까 누구 하나만 잘한다, 고맙다고 꼽기가 어렵다"라고 웃었다.
'무빙'은 강풀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았다. 장주원(류승룡)은 황지희(곽선영)에게 무협 역시 멜로라고 주장하며 "좋은 사람이 이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끝난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미현은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그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도 한다.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 히어로', 강풀이 '무빙'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늘 착한 사람이 결국에는 이기고야 마는 이야기를 선보여 온 그는 "나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를 그냥 좋아한다. 제가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니 (내 작품은) 힘을 합쳐 이기는 이야기더라. 악역이 정말 없었다. '무빙'은 착한 사람이 이기려면 악역이 있어야 하니까, 또 버짓(예산)이 커지면서 악당이 늘어나는 경우가 됐다"라고 웃었다.
이어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게 공감이다. '저 사람이 왜 그럴까' 한 번만 더 생각하고 그런 게 공감 능력 아니겠나. 하늘을 날고, 부러져도 안 아프고 또 금방 낫고, 엄청나게 힘이 세고 그런 것보다 사람으로 살면 그게(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고, 전체를 지배하는 기조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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