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제주 휴가?…“파리行 요금 내야”
[앵커]
여름 휴가철 맞아 해외여행 많이 떠나시죠.
그런데 장애인들은 성수기에 교통, 숙박, 식당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누워서 지내는 '와상 장애인' 들은 비행기를 타는 데만 비장애인보다 6배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는데, 이들의 여행 풍경은 어떤지, 이원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늘 누워있던 곳을 떠나 처음으로 마주한 제주도.
뇌병변 장애 1급 이건창 씨에겐 비행기 탑승 경험도 그때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다큐 중 : "건창 씨의 첫 비행기를 축하 축하. 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하늘길에 오르기까지 이 씨가 마주치는 난관을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도착한 공항, 이 씨는 탑승구도, 면세점도 못 들어갑니다.
["건창 씨한테는 꿈의 공간 같은 데다.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데 아니야."]
일반 경로 수속이 불가능해, 구급차가 동원돼야 합니다.
3년 전 제주 여행 때도 활주로를 오가는 사설 구급차 비용을 네 차례나 치렀습니다.
[전하윤/김포장애인야학 활동가 : "건당 아마 15만 원 정도였기 때문에 다 하면 65만 원."]
항공권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수좌석은 일반 좌석을 여러 개 이어붙여야만 설치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항공사 콜센터/음성변조 : "6개의 좌석을 붙여서 진행하셔야 되고 그 6개의 좌석을 다 구매하셔야 돼요."]
여기에 대부분의 항공사가 10만 원가량이 드는 '의사 진단서'의 추가 제출도 요구합니다.
[전하윤 : "이 사람이 환자라는 걸 증빙을 해야 되는데 사실은 건창 씨는 환자는 아니잖아요. 와상 장애인일 뿐이지."]
이렇게 들어간 돈을 합치면, 사실상 '프랑스 파리'를 가는 비용과 버금갑니다.
어렵게 도착한 관광지에서도 매 순간이 새로운 숙제입니다.
화장실에 들어갈 수도 없고 발목 정도 높이의 턱조차 홀로 넘기란 불가능합니다.
[전하윤 : "쉽게 말해서 백두산보다 높다고 얘기를 해요."]
그럼에도 평생을 누워 살아온 이 씨가 또 다른 세상을 마주치는 설렘마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 씨는 오늘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가는 꿈을 꿉니다.
[전하윤 : "비행기 탔을 때 뭐가 제일 좋았어요?"]
[이건창 : "예뻤어요."]
[전하윤 : "예뻤어요? 뭐가?"]
[이건창 : "햇빛."]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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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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