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리오프닝' 효과… 차이나 리스크에 수출 초비상

이한듬 기자 2023. 8. 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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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흔들리는 中경제, 韓 생존법은] ① 대중 수출 14개월째 감소… 회복 불투명

[편집자주]중국의 경제환경이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수요둔화, 미국과의 공급망 패권다툼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 등의 여파로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까지 겹치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하반기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업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차이나 리스크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이나 리스크'의 후폭풍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물 건너간 '리오프닝' 효과… 차이나 리스크에 수출 초비상
②발등에 불 떨어진 산업계… 中 리스크에 수요 부진 우려
③'脫중국' 명분 커졌다… 기업들 대체 시장 찾기 가속도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조되면서 한국의 수출길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對)중국 수출이 14개월째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중국발 경제위기로 인해 하반기 한국의 수출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경제 회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빠르게 거품이 꺼지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 다변화를 비롯한 수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속되는 무역적자… 대중국 수출 감소가 원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547조2000억원(명목 기준)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8%다. 국가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에 기대는 구조여서 통상환경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좌우된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0월(-5.8%)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11월 -14.2% ▲12월 -9.7%에 이어 올 들어서도 ▲1월 -16.4% ▲2월 -7.6% ▲3월 -13.6% ▲4월 -14.2% ▲5월 -15.2% ▲6월 -6.0% ▲7월 -16.5% 등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무역수지도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478억달러(약 63조7000억원) 적자로 14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냈고 올해도 7월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248억3800만달러(약 33조1100억원)에 달한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는 에너지가격 상승에 의한 수입증가가 무역적자 발생의 주요인이었지만 4분기부터는 수출 감소 본격화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의 무역수지 악화는 수출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특히 대중국 수출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으며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702억1800만달러(약 93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2% 급감했다. 이 기간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142억7500만달러(약 19조286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의 22.8%를 차지하는 시장으로 대중 수출 감소에 따른 전체 수출 실적 타격이 크다. 무역협회는 올 1분기 기준 대중 수출 감소가 한국의 전체 수출 감소에 미친 영향률이 57.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 초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정책을 해제함에 따라 기대됐던 리오프닝 효과도 사실상 미미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40개 수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의 54.4%는 리오프닝에 따른 경영실적 개선 등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봤고 오히려 부정적이란 의견도 7.2%였다. 그 이유로는 '대중국 수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54.7%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반기 수출 암운… 시장 다변화 전략 필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하반기 수출 환경이 더욱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이 수출하는 중간재의 약 75%는 중국 내수에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 경기가 악화되면 그만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중국 경제의 운신 폭이 적은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중국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 침체는 결국 제조를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184조원의 무역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정부가 8월16일 추가로 23조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도 중국발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 경색을 타개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통상환경 변화 흐름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출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중국 수출은 4.4% 감소했지만 중국을 제외한 한국의 수출은 9.6% 증가했다. 올해도 중국으로의 수출은 중국 외 시장보다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감안해 미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수출 제품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고도화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중국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대중국 디리스킹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중 수출 부진은 한류의 적극적인 활용과 합리적인 통상외교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동시에 잠재력이 크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 개도국을 대체 생산기지 및 내수시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중국 경제가 갑자기 살아나긴 어렵기 때문에 한국도 조속히 시장 다변화 등 무역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며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이 높은 제품, 다른 국가가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수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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