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부실시공 공포 사그라들었지만...LH 수술 남았다
GS건설, 영업정지 철퇴에도…증권가 "리스크 해소"
원희룡 "LH, 강도 높은 수술"…전문가 "작고 강한 조직으로 "
국내 주택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던 부실시공 공포가 다소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건설 현장 전반에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만연해 있다는 우려가 컸다. 무량판 공법에 대한 공포감도 확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현장에 부실이 집중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경우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으로 영업정지 10개월이라는 철퇴를 맞게 됐지만 증권가에서는 되레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GS건설 현장 83곳에서는 추가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관심은 LH 혁신 방안에 쏠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도 높은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LH를 때리기만 할 게 아니라 전문성을 높여 강한 조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GS건설 10개월 영업정지…원희룡 "경종 울린 것"
국토부는 지난 28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자와 설계자 등 사고 책임 주체들에 대해 영업 정지 등의 처분 방침을 발표했다. 시공자인 GS건설 컨소시엄 등에는 10개월의 영업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 직권 8개월에 더해 서울시에 2개월을 추가 처분하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기사: 원희룡 "LH 전관만 때린다? 국토부도 수술"(8월 28일)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번 처분 강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평가가 많다. 영업정지 8개월은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하는 사실상 최고 수준의 처분이다. 앞서 9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비교해도 처분 강도가 높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명 사고가 있던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부실시공 건으로 8개월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인명 사고는 없었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이달 초 시작한 무량판 구조 적용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전수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한 곳의 현장에서라도 부실이 발견될 경우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국토부 발표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주거동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는데, 실제로 최근 인천 지역에 적용한 콘크리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기도 하다"며 "지금은 자체 점검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긴장감을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GS건설의 영업정지 처분과 관련 "1등 기업이 이래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정신 제대로 차려야 된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실시공' LH 건설현장에 집중…혁신안 '촉각'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부실 시공 이슈가 국내 주택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기보다는 앞으로는 LH 혁신에 집중될 거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그간 무량판 공법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거나 건설 현장 전반에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이번 부실시공 논란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LH 발주 단지 외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공동주택 등 공사현장 27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모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GS건설이 83개 건설 현장에 대한 자체 점검에서도 철근과 콘크리트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국토교통부 역시 '적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GS건설에 대한 이번 처분에 대해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영업정지의 무게와 영향력은 부담이지만 인천 검단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결함이 GS건설의 타현장에는 없었다는 점은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던 추가적인 전면 재시공 현장은 없어 최대 리스크는 해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LH에 대한 처분과 혁신 방안에 쏠린다. LH의 전관 예우 문제와 전문성 부족, 방만한 조직 등 전반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혁신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토부는 쇄신안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가장 강도 높은 외부 수술을 받고 사업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거론되는 것처럼 단순히 해체나 재분리를 하기보다는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조직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그간 LH는 전문성보다는 행적과 관리 영역으로 치우쳤던 경향이 있어 주로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구조가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전관 예우 등의 관행이 더해져 공정성까지 훼손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H가 발주처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업무별 인력 세분화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관리 조직은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작고 강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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