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광주가 기른 '국가대표' 이순민, "화장실 가다가 뽑힌 거 알았다… 이정효 감독님께 감사"
(베스트 일레븐)
광주 FC의 간판 미드필더 이순민이 29세의 나이로 생애 첫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개인과 주변은 물론 광주라는 클럽에 대단한 경사가 찾아왔다.
이순민은 올 초부터 국가대표를 꿈이라고 말했다. 그걸 동기부여로 삼고 있다며 2023시즌 K리그1에서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전했었다.
"제 큰 꿈이라면 역시 국가대표입니다. K리그1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요. 사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축구가 매개가 되어 한 나라가 들썩일 수 있다는 게 멋지더라고요. 국가대표가 되면 더 멋있는 삶이 될 거 같아요.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동기부여를 갖고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던 이순민은 꿈을 말한 뒤 6개월 만에 정말 태극마크를 달았다. 말하는 대로 이뤄졌다. 이제 이순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소속되어 유럽 원정을 떠난다. 그곳에서 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웨일스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순민에게 일어날 예정이다.
국가대표에 막 뽑힌 이순민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태극마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던 이순민은 기회가 온 만큼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올 각오다. 자신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광주와 이정효 광주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b11: 국가대표팀 발탁됐다는 소식 이전엔 될 거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나요?
"명단 발표되고 나서 알았어요. 진짜 1도 몰랐습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연락 받았어요. 명단 발표가 오늘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몇 시에 하는지는 잘 몰랐어요(웃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아서 '그냥 뭐 발표하겠지'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연락과 전화가 계속 오는 거예요. 메시지를 보니까 '축하한다'라는 말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K리그1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들었나? 아니면 어제 이겨서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나' 그런가 싶었죠. 그런데 첫 번째 메시지를 열어보니까 지인 중 한 명이 국가대표 명단을 캡처해서 보내줬더라고요."
b11: 그거 딱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진짜 실감이 안 났어요. 정말 실감이 안 난다.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기분은 약간 울컥하기는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정신 똑바로 차리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b11: 국가대표에 훌륭한 선수들이 워낙 많을 텐데요. 함께 뛰어보고 싶은 선수로 누가 먼저 떠오르나요?
"일단 모든 선수들과 만남이 기대되고요. 아무래도 제가 미드필더니까 황인범 선수와 뛰는 게 기대되요. 황인범 선수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중 한 명이거든요. 그냥 다 대단한 선수들이에요. 같이 훈련하면 어떨까 궁금합니다."
b11: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셨죠. 통화했는데 엄청 우시더라고요. 특히 엄마가 엄청 울었어요. 그래서 오늘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계시라고 했어요.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니까요. 여자친구도 울었어요. 명단을 보고 바로 울었어요. 다들 제가 울 것까지 다 울어줬습니다. 저는 눈물까지는 안 나더라고요. 주변에서 저 대신 다 울어줘서 그런 거 같습니다."
b11: 국가대표팀에서 순민 선수의 어떤 면을 보고 뽑았을 거 같아요?
"이번 시즌 광주가 잘하는 팀이잖아요. 반짝하고 떨어지는 팀이 아니라 꾸준하게 발전하는 팀이 광주입니다. 아무래도 팀의 성적이 제 발탁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국가대표팀에 처음 갑니다. 팀의 철학과 방향성은 가서 익혀야 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저라는 선수가 가진 장점과 여러 특성을 국가대표팀 감독님의 철학 안에 잘 녹여내야 할 거 같아요. 팀에 저라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걸 각인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b11: 감사한 분 정말 많이 생각날 거 같아요.
"일단 이정효 광주 감독님이죠. 국가대표팀 발탁 후 감독님이 메시지가 와서 바로 전화를 드렸어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려야 했거든요. 감독님은 와중에도 겁먹지 말고, 촌놈 티 내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하고 오라고 멘탈을 잡아주셨어요. '역시 감독님은 한결 같구나' 그렇게 한 번 더 생각했죠. 감독님은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셨어요. 감독님이 축하해주신다고 하는 게 확 느껴져서 좋았어요."
b11: 이정효 감독과 함께하며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뭘까요?
"축구는 볼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아요. 그래서 볼이 없을 때 어떻게 움직이고, 준비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해요. 그런 것들을 이정효 감독님으로부터 더 많이 배웠어요. 거기서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b11: 이순민 선수가 랩 네임 위로라는 래퍼라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국가대표팀 발탁의 경험이 앞으로 가사 쓸 때 영향을 미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작용하지 않을까요? 저는 제 삶의 이야기를 가사로 씁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 같아요."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광주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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