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 "500억 '무빙'으로 모험, 하고 싶은 거 다 해 후회 NO"[TEN인터뷰]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웹툰 작가 강풀이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그는 500억 대작이 투입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모험을 시도했다. 일단 절반의 성공이다. 아직 9회차가 남아있다. 하지만 강풀 작가는 제작비를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했기에 후회 없다고 밝혔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인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기록, 초능력을 지닌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거대한 세계관 내 흥미롭게 그려냈다.
강풀 작가는 "주변 반응 밖에 잘 모르지 않나. 원래 만화 그릴 때는 댓글을 안 봤었다. 끝나고만 봤다. 이번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검색해보고 있다. 저도 하게 되더라. 반응이 제 생각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즐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 "원작보다 낫다고 하더라. 내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실제로 그런 반응을 처음 들어봤다. 원작과 항상 비교당하는 입장이었는데, 비교할 대상이 원작이지 않나. 대부분 원작보다 좋다는 반응이 있더라. 만화한테 미안하기도 하다"라고 털어놓기도.
강풀 작가는 처음으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각본에 참여했다. 강풀 작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20부작으로 구성하는 것을 직접 제안했다고. 그는 "'무빙' 각본을 직접 쓰게 된 계기는 제 것은 영화화할 때 항상 벽에 부딪히더라. 처음에 다들 좋다고 계약해서 가져가는데, 조금 지나면 이상하다고 전화가 오더라. 이번에 드라마이기도 하다 보니 사실 다른 분이 썼었다.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제가 '무빙' 자체에 애정이 많았다. 안 해본 거라 저도 조금 고민이 되더라. 역으로 제안해서 한 번 써볼 테니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쓰는데 2~3달 걸렸던 것 같다. 만화는 나만 알아보면 되는 시나리오로 썼다. 그런데 드라마는 감독과 배우 다 알아봐야 하는 시나리오 써야 하는 게 낯설었다. 다 좋다고 해서 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서사'를 강조한 강풀 작가. 그는 "(서사에 대해) 욕심을 가지게 된 건 만화는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면 덜어내는 게 많다. 결국 마감이 정해져 있어서 캐릭터가 납작해진다. 만약에 월요일, 목요일에 마감한다고 하면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는 여백을 쓴다고 하더라도 작가 입장에서는 마감에 쫓겨서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빙'은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었고, 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하다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만화는 만화대로 했지만, 더 넣고 싶은 것을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무빙'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류승범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 강풀 작가는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놓으니까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싶더라. 류승룡 배우가 연기할 때 조인성 배우가 배경이 되는데 대단하더라. '무빙' 1화부터 7화까지 하이틴으로 볼 수 있고,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이 나오지 않았나. 앞부분에 텐션, 긴장감을 류승범 배우가 (표현)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다 좋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것과 같다. 아쉬운 게 하나도 없이 객관성을 잃게 되더라. '저걸 저렇게 했다고?'라면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누구 하나 뽑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앞서 '무빙'에 5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풀 작가는 "저도 정확한 제작비를 모른다.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저는 하면서 고민했던 건 하고 싶은 건 많았고, 저지르고 싶었다. 쪼그라드는 게 있더라. 특히 박인제 감독님이 일단 써보라고 했다. 이건 작가가 고민할 문제 아니라고 하셨다. 작가가 예산 생각하면서 쓰는 게 아니라고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됐다. 하지만 저는 제작비가 얼마인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무빙이 죽어가는 디즈니+를 살렸다'라는 반응이 있기도. 강풀 작가는 "디즈니+의 편을 들자는 게 아니다. 다른 OTT는 1.5배속이 되는데, 디즈니+는 안 되더라. 그건 만드는 입장에서 목표가 있지 않나. (요즘은) 창작자의 의도를 중요하지만, 구독자의 의견이 더 중요해졌다. 저는 OTT 8개 구독한다. 다 본다. 가끔 1.5배속이 이해가 안 되더라. 긴장감 주는 장면 등을 빠르게 보는 게 '내가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강풀 작가는 "내가 시대를 못 쫓아가는 느낌인가 했다. 제가 알기로는 디즈니+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건 오보라고 알고 있다. '무빙' 공개 방식도 마음에 든다. 7개 하나로 뜨고, 이야기를 의도했다. 8~9화 합치면 1시간 30분 정도 영화 한 편이다. 매주 하나씩의 영화를 보는 식으로 썼다"라고 했다.
또한 "처음부터 '무빙'이 15세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표현에 있어서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를 안 봤던 사람이라 티빙, 시즌을 구독해서 과거 드라마를 찾아봤다. 글을 빨리 배워서 쓸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듯이 극본을 썼다"라고 말했다.
강풀 작가는 오리지널 대본을 집필할 생각이 있을까. 그는 "내일의 일도 내가 모른다. '무빙'이 마지막 날 한꺼번에 공개된다. 그때 이후의 내 행보는 정해지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많은 제안이 오긴 오는데, 머릿속을 비우려고 노력한다"라고 밝혔다. 2019년 강풀 작가는 웹툰 '히든'을 예고했던바.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딴청 한다.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장담하면 안 되더라. 모르겠다"라면서 웃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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