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찾아 삼만리… 기차 타고 ‘은행 원정’ 떠나는 中 청년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8.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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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항구도시인 장쑤성 롄윈강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더우더우씨.

중국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하락하자 조금이라도 많은 이자를 주는 은행을 찾아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상품이 점차 희귀해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은행 원정'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과 지역은행들의 3년 이상 중장기 예금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연 4% 안팎에 달했지만 지금은 연 2%대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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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은행 찾아가는 ‘특전사식 저축’ 인기
경기 부진·금리 인하에 고금리 예금 몸값 ↑
”소득 정체·투자자 신뢰도 하락 해결해야”

중국 동부 항구도시인 장쑤성 롄윈강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더우더우씨. 그는 지난 12일 고속열차를 타고 4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저장성 항저우시의 장쑤은행을 방문했다. 만기 3년, 연 3.3%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그가 넣은 원금은 15만위안(약 2700만원). 더우더우씨는 “주변 은행의 3년 만기, 연 2.9%짜리 상품과 비교하면 장쑤은행에선 3년간 1800위안(약 32만원)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며 “장쑤은행에서 고향인 항저우시로 가는 고속철도 편도 티켓값(119위안)을 지원해주고, 300위안짜리 상품권도 줘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하락하자 조금이라도 많은 이자를 주는 은행을 찾아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조건의 상품을 발견하면 먼 거리의 이동도 마다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달려가는 통에 ‘특전사식 저축’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예금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소비와 증시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정부가 주민 소득과 투자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 고금리 예금을 찾아 다른 지역까지 이동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핑안은행./이윤정 기자

29일 중국 계면신문은 “가장 기본적인 재정 관리 방법인 저축으로 돌아가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특전사식 저축’ 방법을 개발해 소셜미디어(SNS)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 4.0% 금리를 주는 은행을 찾기 위해 4개 도시를 헤맨 사람, 이자 1만위안을 벌기 위해 하루에 수천km를 돌아다닌 사람,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앞에서 밤을 새운 사람 등이 대표적이다.

고금리 예금 인기가 올라가는 이유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득 증가세가 정체되면서 소비자들은 여윳돈을 소비하기보다는 투자를 택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만 중국 주요 증시는 외국인 자금 유출로 올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투자자 불신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저축이 주목받게 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의 위안화 예금은 총 20조1000억위안(약 365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00억위안 증가했다. 계면신문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저축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 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상품이 점차 희귀해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은행 원정’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과 지역은행들의 3년 이상 중장기 예금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연 4% 안팎에 달했지만 지금은 연 2%대까지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저축보다는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예금 금리를 인하한 결과다.

이달 들어서도 광둥성 광저우은행이 6개월, 2년, 3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0.05~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광둥성 청하이농상은행도 비슷한 시기 1~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1~0.25%포인트 인하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이달 말 예금 금리가 더 조정될 것으로 예상돼 예금 가입이 필요한 소비자는 서둘러야 한다”는 국유은행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4차 예금 금리 인하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은행으로 가는 가계 여윳돈을 소비로 돌리려면 주민 소득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증권시보는 “주민들의 소비와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경제 성장 촉진, 고용 확대, 주민 소득 제고와 함께 보육·교육·연금 등 생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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