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응급실 뺑뺑이' 없애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질관리·골든타임 내 이송 등 제반 환경 개선必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센터 인증위원회 허성혁 부위원장(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 정부가 지난 7월말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새롭게 포함됐다. 인적네트워크 사업은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심뇌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전문 치료인력 간의 신속한 연계, 협력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이 사업의 성공과 심뇌혈관질환 안전망 확보를 위해 몇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증응급의료에 대한 보상이 적어 병원이 충분한 인력을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졸중 담당 교수들처럼 필자 역시 온콜(전화대기)당직을 서고 있다. 전공의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요새도 필자는 3일에 하루씩 맡고 있으며, 응급 혈관영상을 시행할지, 혈전용해제 사용이나 혈관내치료를 시행할지 결정을 하고 새벽에 중증 환자 진료를 위해 나오기도 한다.
대부분 병원에서 뇌졸중 담당 교수의 이러한 생활은 일상이지만, 온콜당직에 대한 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전공의특별법 이후 주당 80시간 이하로 전공의 수련을 받은 MZ 세대 의사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적절한 보상 없이 일과시간 이후까지 업무에 시달리는 필수의료 담당 교수들의 삶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미래일 것이다. 여기에 인적네트워크 참여로 온콜수당에 대한 보상이 조금 생긴다고 젊은 의사들의 기대가 급변할지 의문이다. 인적네트워크 사업은 암암리에 진행되던 전원 시스템을 양성화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병원에서 뇌혈관질환 치료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력난을 해결할 명분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또한, 계획안을 보면 심뇌혈관질환 30개 팀으로 3년간 시범사업 운영후 1년간 그 효과를 평가한다고 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심혈관과 뇌혈관 각각 약 15개 팀 정도로 운영이 될 것으로 예상돼 결국 특별·광역시와 도별 행정구역당 평균 1~2개의 네트워크 가동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권역센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외 지방의 권역센터들이 필수의료 지킴이로 거듭나는 효과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센터에 지정된 거점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의료진들이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선정이 되지 않은 준거점병원들은 경영난과 응급실 축소운영으로 주요 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실제 환자는 줄었으나 당직 일수는 더 많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만약, 권역센터가 현재 하고 있는 지역센터로부터의 전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인적네트워크 사업에 배정된 예산까지 가져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선정이 된 센터들과 그렇지 못한 센터들 간의 빈익빈부익부를 더욱 초래해 근근이 버티던 지역의료 인프라가 더 무너질까 우려스럽다.
인적네트워크 사업은 제도권 하의 중앙-권역-지역센터 체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을 놓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운영성과 평가시 환자 건수 뿐만 아니라 적절한 모니터링 지표를 이용한 질관리 또한 필요하다. 질관리의 핵심은 중증응급 환자가 골든타임내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는지 여부이며, 이를 위해 병원간 이송체계 등 제반 환경 또한 함께 개선되어야만 이번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인적네트워크 사업을 기점으로 앞으로 심뇌혈관질환으로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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