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마이너스'에도 1兆 밀물…"잭슨홀 이후 전략은"
2차전지 저가 매수…반도체·로봇·바이오 ETF도 쑥
잭슨홀 이후 금리 변동성에 박스권·성장 순환매 예상
운용사 6곳 "AI 반도체·로봇 주식, 만기채권형 유효”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내 주식형 펀드가 한 달 새 ‘마이너스’ 성과를 냈지만, 자금은 오히려 1조원 가까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2차전지 등 테마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수익률을 끌어내렸지만, 이들에 대한 저가 매수가 유입되면서다.
잭슨 홀 미팅 결과에 글로벌 증시가 안도하고 있지만 당분간 금리 변동성에 따른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업황 반등과 실적이 뒷받침하는 주식형 테마와 변동성을 피할 채권형 펀드에 선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 25일 기준 1개월간 -3.68%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설정액은 오히려 9539억원 증가했다. 2차전지 ETF가 한 달 수익률 최하위에 대거 포진했지만, 동시에 자금 유입 상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특징이다.
1개월 수익률을 보면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30.76%)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ETF(-27.98%)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15.11%) 등이 부진했다. 동시에 △TIGER 2차전지소재Fn ETF(5388억원) △TIGER 2차전지테마 ETF(2147억원) 등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2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로봇, 바이오 테마도 투자자 손길을 끌었다. △SOL 반도체소부장 Fn(1313억원) △KBSTAR 비메모리반도체 ETF(1125억원) △KODEX K-로봇액티브 ETF(812억원) △KODEX 헬스케어 ETF(269억원) 등이다.
잭슨홀 이후 박스권 순환매 예상…3분기 실적 변곡점
성장 테마주를 중심으로 수급이 돌고 있다는 평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 순환매가 지속하는 것은 국내 수출이나 내수 부진으로 인해 기업이익 기대감을 좇기 어려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립적으로 평가된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당분간 기존 주도주의 순환매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기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나타냈고, 금리 변동성 노출에 따른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면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이후 주요 변곡점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3분기 실적시즌 전까지 금리 변동성에 노출되며 지수 상하단이 제한될 것”이라며 “특정 업종의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반도체, 2차전지 등 기존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 회전이 나타나고, 4분기 중순 이후엔 수출주·성장주가 긍정적”이라고 예상했다.
운용사 6곳 “잭슨홀 이후 AI 반도체·로봇, 만기채권형 유효”
자산운용업계는 단기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하반기 실적이 뒷받침하는 국내·외 펀드를 제시했다. 이날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운용사 6곳(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투자·한국투자·한화)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하반기 유효한 주식형 펀드(ETF 포함) 테마 2종씩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인공지능(AI) 관련 글로벌 반도체(3곳) △국내·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2곳) △로봇·의료기기(2곳) △빅테크·기술주(2곳) 등 분야가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가 하반기 반도체의 AI 모멘텀과 업황 반등을 주목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하반기를 지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 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한국 반도체 수출은 감소세지만 점차 금액이 증가하고 있고, 엔비디아의 호실적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로봇 테마에 대해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AI 관련 산업용 로봇, 무인자동차 등 로보틱스 분야 투자와 수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금리 인하를 고려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과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빅테크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형 펀드에 대해서도 추천 의견이 제시됐다. △만기매칭형 회사채(2곳) △초장기채(1곳) 등이다. 남 부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속 매크로는 연말까지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수익률 ‘락-인 효과’가 있는 만기채로 시장 변동성을 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초장기 채권형 ETF를 추천한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가와 장기 경제 전망의 영향을 받는 장기 채권에 대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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