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0원'에 3D 출력한 영웅 흉상…뒤늦게 공적인 논란, 왜

김지훈 기자 2023. 8.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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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 홍범도 장군 유해가 15일 한국으로 봉환되기 위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공항에서 국군의장대에 의해 특별수송기(KC-330)에 모셔지고 있다. 홍 장군의 유해와 특사단 일행을 태운 특별기는 크즐오르다 시내 상공을 3회 선회한 후, 78년간 머물던 카자흐스탄을 떠났다. (국가보훈처 제공) 2021.8.15/뉴스1


육군사관학교가 이전을 추진하는 교정 내 홍범도 장군 영웅 흉상에 대해 군 당국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이 강행됐다"는 입장을 28일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가 2018년 교정에 설치한 홍범도 장군, 우당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영웅 흉상은 국회의 예산 편성 없이 군 정비창에서 소총 탄피와 3D(3차원) 프린터로 제작됐다.

달리 보면 국회의 예산·기금 관리 감독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 상태로 영웅 관련 기념물이 들어섰다는 의미다. 흉상 등 기념물 건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식 검토 작업 등 절차가 또 다른 화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0원'을 들여 군이 임의로 세웠던 흉상의 이전 문제가 독립 유공자에 대한 예우·존치 적절성 여부 등 공적인 논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독립 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군은 유감을 표했다.

軍, 5년 전 세웠던 홍범도 흉상에 "공산주의 이력…정체성 고려시 부적절"

=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국방부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권 때 육사가 세운 홍범도 장군 영웅 흉상에 대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며 유감 입장을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가 문재인 정권 때 교정에 세운 홍범도 장군, 우당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영웅 흉상은 국회의 예산 편성 없이 군 정비창에서 소총 탄피와 3D(3차원) 프린터로 제작됐다. 국가보훈부가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투입해 7월 제막)한 백선엽 장군 동상(민간 모금액 포함 총 건립비 5억원)이 국회 의결을 거친 예산을 기반으로 조각가가 제작한 것과 대비된다.

국방부는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 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고 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 논란에 대해서는 "홍 장군이 1921년 소련 자유시로 이동한 이후 보인 행적과 관련해서는 독립운동 업적과는 다른 평가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이 육군사관학교 뿐만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2023.8.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예정지에 대해서는 "육사 교내보다는 독립운동의 업적이 가장 잘 선양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청사 앞에 별도로 설치한 또 다른 홍범도 장군 흉상의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홍 장군에 대해 무장투쟁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소련 공산당에 가담한 것이라며 흉상 이전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장군 유해를 모셔가기 어려웠다"며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육사 '홍범도 흉상' 제작 예산 '0원', 왜
2018년3월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사진제공=육군사관학교

군 소식통은 최근 이전 관련 논란에 휩싸인 육사 교정 내 김좌진, 홍범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 건립 관련 비용에 대해 "제막식 행사에 테이프 절단 외 특별한 예산이 들어간 것이 없다"며 "군 종합정비창에서 3D프린터로 제작했다"고 했다.

다만 3D 이미지 스캐닝과 데이터 보정 작업은 3D프린터 전문회사가 지원을 맡았고 흉상을 받치는 기단도 민간 기부를 통해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료의 경우 군 장병이 사용한 소총 탄피가 기반이 됐다.

이는 국가보훈부가 1억5000만원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투입해 7월 제막한 백선엽 장군 동상이 국회 의결을 거친 예산을 기반으로 조각가가 제작한 것과 대비된다.

(칠곡=뉴스1) 공정식 기자 = 6·25전쟁 정전 70주년과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동상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백선엽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높이 4.2m, 너비 1.56m 크기의 백 장군 동상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의미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2023.7.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따라 5인 흉상과 관련한 예산은 군 예산에 별도 항목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올해 백선엽 장군 동상 예산은 국회 의결을 거친 국고보조사업 예산안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백선엽 장군 동상은 2023년 보훈부 예산에서 민간보조사업 분야에 6.25전쟁 다부동전쟁 다부동전투 호국 영웅동산 건립 항목으로 반영됐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 들어선 백선엽 장군 동상은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한 국민성금 3억5000만원과 보훈부 국비 1억5000만원 등 총 5억원이 사용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3D프린터로 제작한 것이 아니고 작가를 기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백선엽 장군 동상의 제작자는 권오수 조각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백선엽 장군의 경우는 친일과 관련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존재해 왔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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