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하지만 가야할 길···‘K-콘솔게임’ 내달 시험대 선다
조진호 기자 2023. 8. 29. 06:00
‘P의 거짓’ ‘퍼스트 디센던트’ 필두로 진검승부 앞둬
새 성장동력 위한 ‘자의반 타의반’ 콘솔 플랫폼 진출
PC온라인·모바일게임 시작때와 달리 이미 ‘레드오션’
K-게임은 본격적으로 산업의 틀을 갖춘 1990년대 중반 이후 끝임없이 성장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한국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0조 9913억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수출액 또한 86억 7287만 달러(약 9조 9254억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특히 K-게임은 K-팝과 K-드라마 이전에 콘텐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며 관련 산업의 주역으로 활약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K-게임은 정체의 늪에 한발을 담근 처지가 됐다. 중국 등 경쟁자들의 도약에 직면하며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정체 내지 하락하고 있고, 최근 몇년간 ‘미래의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블록체인게임과 메타버스, VR게임 등은 좀처럼 산업의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게임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은 K-게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K-게임이 자의반, 타의반 선택한 분야가 콘솔 플랫폼 게임이다.
콘솔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PS)이나 엑스박스 등 상당한 비용의 기기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 탓에 주로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북미와 유럽 이용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플랫폼이다.
따라서 그만큼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는 게 장점.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1억1400만 달러(약 73조)에 달한다.
결국 새로운 먹거리와 사업모델이 필요한 상황에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잡으려면 콘솔 플랫폼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K-게임이 태동했던 PC온라인 게임이나, 비약적 성장의 배경이 됐던 모바일 게임에서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빨리 시장을 개척하고 과실을 따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콘솔게임 시장은 이미 글로벌 강자들이 즐비한 ‘레드 오션’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게임의 경우 개발비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2013년 출시된 ‘GTA 5’의 경우 개발비가 무려 2억6500만달러(약 3500억원)였다”며 “GTA 5는 하루만에 개발비의 4배가 넘는 8억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지옥행이다. 우리 업체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K-게임에 요구되는 것은 작은 개발비로도 압도적인 게임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용자들의 눈과 손을 잡아끌 수 있는 참신함이다.
다행히 ‘K-콘솔게임의 선봉’을 맡은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어느정도 이에 부응하며 세계 최고의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두 게임 모두 새로운 IP(지식재산권) 게임으로, 기존 히트작의 후속 시리즈가 주류인 최근 시장에서 나름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9월 19일 PC와 콘솔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를 앞둔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한국 게임 최초 3관왕을 차지하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에는 데모 버전이 공개 3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PC와 콘솔을 모두 충족시키는 그레픽과 다양한 기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9월 19일 오픈베타를 시작하는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올해 게임스컴에서 신규 영상과 함께 소니의 ‘PS5’의 게임패드에 특화된 새로운 기능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햅틱 피드백’은 듀얼 센스의 진동 모터의 세기와 주기를 이용자가 직접 설정하는 기능으로 게임 속 액션 등의 진동이 모두 다르게 작용해 입체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적응형 트리거’는 게임에 따라 다른 압력을 제공하는 ‘듀얼센스’의 기능으로, 사용하는 무기 조작 사용감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실사 같은 화질을 유지하고 지연율을 낮추는 기술인 ‘HDR+ 게이밍’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K-콘솔게임’을 알린 또다른 주역 ‘붉은사막’도 트리플 A급 콘솔 기대작이다.
지난 22일 ‘게임스컴 2023’의 전야제인 ‘ONL(Opening Night Live)’에서 공개된 ‘붉은사막’ 영상은 현장 및 해외 게임 언론들 사이에서 명작 IP(지식재산권)에 비견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펄어비스의 차세대 엔진을 활용한 높은 품질에 외신들은 큰 기대감을 보였다. PC게임스는 오픈월드 명작 ‘엘든 링’ ‘레드 데드 리뎀션2’ 등을 언급하면서 “지난 5년간 최고의 RPG와 게임 생태계가 합쳐진 것 같다”고 극찬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중인 ‘붉은사막’은 올해 개발 완료를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TL(쓰론 앤 리버티)’을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 단계부터 PC와 콘솔 플랫폼을 염두에 둔 대작으로 아마존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한다.
이밖에 넥슨은 PC기반 대전게임 ‘워 헤이븐’을 콘솔로도 준비중이며, 위메이드는 슈팅게임 ‘디스민즈워(가칭)’, 서브컬처 강자인 시프트업은 역시 트리플 A급 기대작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중이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2’, 넷마블은 3인칭 슈팅 MOBA ‘프라곤: 디 오버프라임’으로 콘솔 확장에 나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음달은 한국형 콘솔게임의 원년으로 기록될만 하다”며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가 게임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새 성장동력 위한 ‘자의반 타의반’ 콘솔 플랫폼 진출
PC온라인·모바일게임 시작때와 달리 이미 ‘레드오션’
사반세기를 쉼없이 내달려온 한국게임산업(K-게임)이 다음달 기로에 선다.
성장의 한계에 내몰리며 변화를 강요받아 온 K-게임이 ‘자의반 타의반’ 확장전략으로 선택한 콘솔게임 분야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된 것. 물론 이전에도 한국산 콘솔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다음달 진검승부에 나서는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콘솔 플랫폼용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온 메이저 타이틀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성장의 한계에 내몰리며 변화를 강요받아 온 K-게임이 ‘자의반 타의반’ 확장전략으로 선택한 콘솔게임 분야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된 것. 물론 이전에도 한국산 콘솔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다음달 진검승부에 나서는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콘솔 플랫폼용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온 메이저 타이틀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성장 한계’ 직면한 K-게임의 선택
K-게임은 본격적으로 산업의 틀을 갖춘 1990년대 중반 이후 끝임없이 성장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한국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0조 9913억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수출액 또한 86억 7287만 달러(약 9조 9254억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특히 K-게임은 K-팝과 K-드라마 이전에 콘텐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며 관련 산업의 주역으로 활약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K-게임은 정체의 늪에 한발을 담근 처지가 됐다. 중국 등 경쟁자들의 도약에 직면하며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정체 내지 하락하고 있고, 최근 몇년간 ‘미래의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블록체인게임과 메타버스, VR게임 등은 좀처럼 산업의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게임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은 K-게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개발비만 수천억대’ 글로벌 강자 즐비
이같은 상황에서 K-게임이 자의반, 타의반 선택한 분야가 콘솔 플랫폼 게임이다.
콘솔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PS)이나 엑스박스 등 상당한 비용의 기기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 탓에 주로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북미와 유럽 이용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플랫폼이다.
따라서 그만큼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는 게 장점.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1억1400만 달러(약 73조)에 달한다.
결국 새로운 먹거리와 사업모델이 필요한 상황에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잡으려면 콘솔 플랫폼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K-게임이 태동했던 PC온라인 게임이나, 비약적 성장의 배경이 됐던 모바일 게임에서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빨리 시장을 개척하고 과실을 따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콘솔게임 시장은 이미 글로벌 강자들이 즐비한 ‘레드 오션’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게임의 경우 개발비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2013년 출시된 ‘GTA 5’의 경우 개발비가 무려 2억6500만달러(약 3500억원)였다”며 “GTA 5는 하루만에 개발비의 4배가 넘는 8억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지옥행이다. 우리 업체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 참신함·기술력으로 ‘규모의 열세’ 극복해야
결국 K-게임에 요구되는 것은 작은 개발비로도 압도적인 게임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용자들의 눈과 손을 잡아끌 수 있는 참신함이다.
다행히 ‘K-콘솔게임의 선봉’을 맡은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어느정도 이에 부응하며 세계 최고의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두 게임 모두 새로운 IP(지식재산권) 게임으로, 기존 히트작의 후속 시리즈가 주류인 최근 시장에서 나름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9월 19일 PC와 콘솔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를 앞둔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한국 게임 최초 3관왕을 차지하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에는 데모 버전이 공개 3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PC와 콘솔을 모두 충족시키는 그레픽과 다양한 기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9월 19일 오픈베타를 시작하는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올해 게임스컴에서 신규 영상과 함께 소니의 ‘PS5’의 게임패드에 특화된 새로운 기능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햅틱 피드백’은 듀얼 센스의 진동 모터의 세기와 주기를 이용자가 직접 설정하는 기능으로 게임 속 액션 등의 진동이 모두 다르게 작용해 입체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적응형 트리거’는 게임에 따라 다른 압력을 제공하는 ‘듀얼센스’의 기능으로, 사용하는 무기 조작 사용감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실사 같은 화질을 유지하고 지연율을 낮추는 기술인 ‘HDR+ 게이밍’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 ‘한국형 콘솔 대작’ 연이은 출격 채비
올해 게임스컴에서 ‘K-콘솔게임’을 알린 또다른 주역 ‘붉은사막’도 트리플 A급 콘솔 기대작이다.
지난 22일 ‘게임스컴 2023’의 전야제인 ‘ONL(Opening Night Live)’에서 공개된 ‘붉은사막’ 영상은 현장 및 해외 게임 언론들 사이에서 명작 IP(지식재산권)에 비견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펄어비스의 차세대 엔진을 활용한 높은 품질에 외신들은 큰 기대감을 보였다. PC게임스는 오픈월드 명작 ‘엘든 링’ ‘레드 데드 리뎀션2’ 등을 언급하면서 “지난 5년간 최고의 RPG와 게임 생태계가 합쳐진 것 같다”고 극찬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중인 ‘붉은사막’은 올해 개발 완료를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TL(쓰론 앤 리버티)’을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 단계부터 PC와 콘솔 플랫폼을 염두에 둔 대작으로 아마존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한다.
이밖에 넥슨은 PC기반 대전게임 ‘워 헤이븐’을 콘솔로도 준비중이며, 위메이드는 슈팅게임 ‘디스민즈워(가칭)’, 서브컬처 강자인 시프트업은 역시 트리플 A급 기대작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중이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2’, 넷마블은 3인칭 슈팅 MOBA ‘프라곤: 디 오버프라임’으로 콘솔 확장에 나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음달은 한국형 콘솔게임의 원년으로 기록될만 하다”며 “‘P의 거짓’과 ‘퍼스트 디센던트’가 게임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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