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나상호의 자존심 회복 플랜…서울 자존심부터 세우고 유럽행 의지 '강력 충전'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혼란의 시간을 보낸 FC서울의 주장 나상호(27)의 마음은 간단했다. 개인의 노력이 곧 팀의 조직력이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서울은 안익수 감독의 전격 사퇴로 김진규 수석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올려놓았다.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울산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8라운드 메시지도 강렬했다. "그라운드 위에 10명의 김진규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실제 경기에서 안정감이 필요한 최철원 골키퍼를 빼고 선발 11명과 교체 자원 모두 몸을 던지며 현역 시절 상대와 육체, 정신적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던 김 대행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김 대행은 100% 만족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이날 경기도 윌리안이 종료 직전 페널티지역 안을 집요하게 돌파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동료들을 모아 세리머니 하는 모습으로도 골에 대한 목마름이 얼마나 컸는지를 증명했다.
김 대행은 서울 선수들이 얌전한 축구를 하고 있다며 치열하게 싸워서 이득을 취하자고 독려했다. 이는 선수들의 책임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7월 이달의 선수'였던 나상호는 "(감독 사퇴와 대행 체제는) 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다시는 이런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에는 2017년 10월 28일 36라운드 3-0 승리 이후 18경기 무승(5무 13패)으로 극도의 열세를 보였다. 이날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팔로세비치의 선제골을 만들었고 윌리안의 극장골로 무승부라도 건지는 의지로 작용했다.
나상호는 "(안익수 전 감독의) 전략, 전술도 있었지만, 선수들의 의지나 전투력과 같은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결과에 감독님이 책임을 지셨지만 그래도 그 안에 선수단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연대 책임론을 피하지 않았다.
안 감독 사임 후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그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분위기를) 다 알았던 것 같다. 현재 위치해 있는 순위, 분위기 등을 바꾸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울산전 무승부로 승점 40점이 된 서울은 5위를 이어갔다. 다만, 윗물과 아랫물을 가르는 기준선인 7위 대구FC(38점)에는 승점 2점 차에 불과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그는 "전반에도 그랬지만, 후반에는 선수들이 평소와 다르게 많이 뛰었다. 전투적으로 싸우려고 했다.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어도 (김 대행이) 요구하시는 부분은 선수들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남은 5경기는 총력전이다. 1패라도 하면 치명타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 내달 2일 수원 삼성과 올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슈퍼매치를 원정으로 치른다. A매치 휴식기 후에는 껄끄러운 광주FC를 홈에서 만나고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FC와 원정 2연전에 전북 현대를 홈으로 불러 정규리그를 끝낸다.
나상호도 승점의 소중함을 안다. 그는 "일단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전처럼만 뛰면 충분히 (승리가) 가능하다.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결과도 챙기리라 본다"라며 실리 챙기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7월 12일 22라운드 수원FC전 이후 골 침묵 중인 나상호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연습에서도 그렇고 약간 페이스(=감각)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경기장 안에서 골이 터져야 계속 터진다. 그런 느낌을 빨리 잡아야 할 것 같다"라며 골 결정력을 높이는 노력의 필요성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 데뷔팀 광주FC의 비상도 자극이라면 자극이다. 광주는 승점 42점으로 3위까지 올라섰다. 승격팀의 무서움을 이정효 감독의 거침없는 축구로 보여주고 있다. 나상호도 "지금까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순위도 굉장히 높다. 다만, 서울도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제 고향팀 광주가 좋은 성적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뿌듯함도 있다. 다음 겨루기가 남은 것을 안다. 순위를 바꿀 경기가 될 수 있다. 슈퍼매치부터 잘 준비하고 만나겠다"라며 흥미로운 겨루기를 예고했다.
축구대표팀이 영국에서 치르는 9월 A매치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전 최종 명단에서는 빠진 나상호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턴), 황인범(올림피아코스) 동기들은 유럽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늘 그에게 "유럽 진출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이를 해내려면 일단 서울부터 살려야 한다.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제 개인의 욕심보다는 팀이 파이널A(1~6위)로 가는 순위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라고 정리했다.
후배 중앙 수비수인 이한범은 덴마크 명문 팀인 미트윌란 이적을 확정했다. 나상호라고 나가지 말란 법도 없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또 나가고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서도 또 잘하고 있으니까 저도 자극받아서 서울에서 잘해서 겨울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겠다"라며 긍정적 자극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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