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키우더니 역풍 맞았다…뛰는 연체율에 캐피탈사 속앓이

황예림 기자 2023. 8. 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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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의 연체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업 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한 캐피탈사가 연체율 관리에 애를 먹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이 증가하면서 캐피탈사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피탈사는 부동산PF 대출을 내줄 때 후순위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 연체율 관리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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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캐피탈사의 연체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업 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한 캐피탈사가 연체율 관리에 애를 먹는 것으로 보인다. 느슨한 규제 속에서 건설·부동산업 비중을 지나치게 확대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국내 주요 캐피탈사 16개의 올해 2분기 평균 연체율은 2.07%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평균 연체율 2.04%보다 0.03%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평균 연체율은 소폭 올라가는데 그쳤지만 일부 회사에선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업계 3위 KB캐피탈은 연체율이 올해 1분기 2.67%에서 2분기 2.80%로 0.13%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은 1.72%에서 2.03%로 0.31%p 올라섰다.

메리츠캐피탈은 3.9%에서 4.61%로 연체율이 단 3개월 만에 0.71%p 높아졌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연체율은 2.51%에서 0.28%p 상승한 2.79%로 나타났다. OK캐피탈은 8.51%에서 10.61%로 연체율이 2.1%p 급등하며 주요사 중 유일하게 10%대를 넘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이 증가하면서 캐피탈사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피탈사는 전통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영위해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카드사가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 뒤 경쟁력을 잃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업 대출 중심으로 조정했다. 기업 대출 중에서도 특히 건설·부동산업 대출과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취급액을 늘렸다. 이번에 가파른 연체율 상승을 겪은 캐피탈사도 모두 기업 대출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곳이다.

캐피탈사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파이를 과도하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은 여러 규제를 통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일정 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받고 있다. 부동산PF 대출의 한도는 총여신의 20%, 건설·부동산업과 부동산PF를 합친 대출의 한도는 총여신의 50%로 제한된다. 반면 캐피탈사는 부동산PF 대출이 총여신의 30%만 넘지 않으면 된다. 건설·부동산업 한도 규제는 따로 적용받지 않는다.

캐피탈사는 부동산PF 대출을 내줄 때 후순위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 연체율 관리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부동산PF 대출을 무리하게 확장한 캐피탈사가 역풍을 맞고 있다"며 "아직은 초읽기에 불과하고 앞으로 부동산PF 사업장이 멈춰서면 더욱 본격적으로 연체율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캐피탈사 관계자는 "캐피탈사는 부동산PF 대출을 내줄 때 2·3순위로 많이 들어간다"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후순위 대출이라도 회수에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공사가 전면 중단된 사업장이 많아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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