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 향한 '우보만리'…순박한 전통미를 빚다

이윤정 2023. 8.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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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뿔을 세척하고 꼭지를 톱으로 자른 뒤 열을 가해 일자로 편다.

화각장 한기덕(49)씨가 만든 '화각 이층장'은 소뿔 160개를 갈고 이어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마침내 탄생했다.

한씨는 "기존의 화각 공예가 화려한 색이나 문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화각 이층장'은 이를 배제하고 소뿔이 갖는 본연의 미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화각 공예가 빛을 볼 때까지 열심히 작업을 하면서 전통의 미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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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올X샤넬코리아' 공동 프로젝트
화각장 한기덕·도자 공예가 김동준 참여
화각 이층장·생활 도자기 선보여
9월 23일까지 예올 북촌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소뿔을 세척하고 꼭지를 톱으로 자른 뒤 열을 가해 일자로 편다. 이후 사포를 사용해 두께 5mm 이하까지 정교하게 갈아낸다. 이렇게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진 소뿔을 각지(角紙)라고 부른다. 여기에 흰색 단청 안료로 칠을 해 순백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화각장 한기덕(49)씨가 만든 ‘화각 이층장’은 소뿔 160개를 갈고 이어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마침내 탄생했다.

전통의 맥을 이으며 한국적인 미를 선보여 온 젊은 공예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9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올 북촌가와 한옥에서 선보이는 ‘우보만리(牛步萬里)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 전이다. 재단법인 예올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코리아의 공동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다.

‘올해의 장인’에 선정된 경기도무형문화재 화각장 전승교육사 한기덕 씨와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뽑힌 도자 공예가 김동준 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 씨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화각장 보유자였던 고(故) 한춘섭 씨의 뒤를 이어 화각 공예의 맥을 잇고 있다. 두 사람은 러브콜을 받아 3개월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각 뚜껑과 백자 합 등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2023 예올 X 샤넬 프로젝트’ 올해의 장인에 선정된 화각장 한기덕(우측)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선정된 도자공예가 김동준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샤넬코리아).
한국인 최초로 ‘세계 10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선정된 양태오가 전시 총괄 감독을 맡았다. 양 디자이너는 “전시 제목인 ‘우보만리’는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앞을 향해 우직하게 한 걸음씩 옮기면서 많은 것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두 공예가의 행보와 닮았다”며 “공예가 멈추지 않고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간 달항아리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도예가 김동준 씨는 일상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그릇과 화병, 합(음식을 담는 그릇의 하나) 등 생활 도자기를 선보인다. 그는 관요 백자의 산실인 경기 광주 남종면에서 수학하며 익힌 도자 기술을 활용해 한국적인 미를 백자에 담아냈다. 김 씨는 “조선백자는 장식을 최소화하고 기능을 중시한 것이 특징”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많이 고민한 끝에 빚어낸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조선 관요의 긴장감과 고급스러움, 지방 가마의 자유분방함, 우리 민족의 순박함 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도자 공예가 김동준의 작품들(사진=샤넬코리아).
한기덕 씨는 소재 본연의 색상과 질감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스툴, 조명 등의 생활 가구들과 옻칠 마감을 더 해 사용성을 높인 화각 도시락 등을 통해 화각을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시장 2층에 위치한 ‘화각 이층장’이 눈길을 끈다. 한씨는 “기존의 화각 공예가 화려한 색이나 문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화각 이층장’은 이를 배제하고 소뿔이 갖는 본연의 미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화각 공예가 빛을 볼 때까지 열심히 작업을 하면서 전통의 미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화각장 한기덕의 작품들(사진=샤넬코리아).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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