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 자진 사퇴’로 개막된 롯데 오프시즌… ‘최대어’ 김태형 영입? 성민규 거취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9월 위기의 롯데를 개조하라는 특명과 함께 선임된 성민규 롯데 단장은 ‘프로세스’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팀의 중‧장기적인 플랜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외부 인사인데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쌓은 노하우가 ‘고여 있던’ 롯데의 물줄기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실제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툴을 중시한 일관된 드래프트 전략으로 기대가 걸리는 많은 유망주를 모았고, 전체적인 팀 컬러가 조금씩 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공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성적이다. 성 단장은 3년 내 롯데의 달라진 성적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 3년간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재임 4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도 가을야구 전선이 어두운 상태다. 어찌됐건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포수 유강남(4년 총액 80억 원), 유격수 노진혁(4년 총액 50억 원), 사이드암 한현희(4년 총액 40억 원)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차례로 영입하며 ‘성적을 위해 달리겠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도 28일 현재 50승58패(.463)의 부진한 성적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KIA와 경기차는 5경기까지 벌어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프런트의 영역인 외국인 선수 인선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건 성 단장의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이런 와중에 28일에는 2년 조금 넘게 팀을 이끈 래리 서튼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또 하나의 부정적 이벤트를 맞이했다.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서튼 감독은 27일 사직 kt전에서는 더그아웃을 비웠고, 경기 후 성 단장에게 표면적으로는 건강상 문제의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도 이를 수리해 28일 공식 발표하고 남은 시즌은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다고 덧붙였다.
서튼 감독의 사임 배경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사안 자체만 보면 일단 지나간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 지도자가 물러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올 시즌 뒤 많은 잡음이 있을 것으로 보였던 롯데의 오프시즌이 미리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만약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고 가정하면 롯데는 대규모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올해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서튼 감독의 재계약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한편 단장 부임 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성 단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거취도 관심이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새 감독 선임이 중요한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성 단장은 부임 이후 허문회 감독을 낙점하고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생각이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성적이 나빠지자 이것이 갈등으로 번져 결국 허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여기서 새롭게 1군을 맡은 지도자가 서튼 감독이다. 그것도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을 맡겼다. 시즌 뒤에는 2023년까지 계약도 연장해줬다. 야구계에서는 대체로 성 단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쪽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2022년에 이어 대규모 FA 투자까지 이어진 2023년에도 성적이 나지 않았다. 서튼 감독은 자진 사퇴했고, 지금까지 ‘운명 공동체’로 여겨졌던 성 단장의 거취도 관심을 모으게 됐다. 극적인 5강 진출이라는 시나리오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 단장은 지난해를 끝으로 만료된 계약을 연장한 상태지만, 성적 앞에 자유로운 계약 기간은 없다.
성 단장이 자신의 임기 중 세 번째 감독 선임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이다. 단장의 성향에 따라 감독 선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현재 ‘야인’인 김태형 전 두산 감독도 자연스레 화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은 2022년 시즌을 끝으로 두산 지휘봉을 내려놨고, 올해는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력한 현장 중심의 야구라는 이미지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선수단의 뱃머리를 똑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은 검증됐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시즌 운영 능력이나 승부사 기질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야인’ 중에는 단연 최대어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1년 동안 더그아웃 바깥에서 공부하며 감각을 익히는 동시에 강성 이미지도 조금은 유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롯데는 근래 감독 인사가 상당수 ‘지역 출신’ 혹은 ‘내부 승진’이었다. 이종운 조원우 허문회 감독은 프로에서 각자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부산 출신에 부산 연고 고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튼 감독은 외부 인사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내부 승진이었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롯데, 부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고인 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김 전 감독 외에도 수많은 인사들이 롯데 감독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의 성적이 떨어지고, 서튼 감독의 장악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6월 이후부터 여러 후보자들이 야구계에서 이름을 날린 게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일부는 ‘자가발전’ 의혹이 있기도 하다. 서튼 감독의 사퇴가 쉬쉬하며 돌던 이 분위기를 양지로 끌어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는 아직까지 차기 감독을 생각할 때는 아니라는 게 공식적인 생각이다. 만약 수뇌부 교체가 있다면 보통 이를 먼저 한 뒤 차기 감독 인선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기도 하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일단 롯데는 5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롯데가 5강을 들고 시즌이 끝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시즌이 끝나는 건 오프시즌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구단이 민감해하는 여론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종운 감독대행이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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